물가 비싼 미국에서 자린고비 여행하기
날씨만 좋으면 뭐...
새벽 4시 분명히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시차적응에 실패한 탓도 있겠지만, 밖에서 들리는 굴착기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게다가 자정쯤 중간에 잠을 깼는데 '탕'하는 소리가 그 범인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총소리였다. 그리고 몇 분뒤 들리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까지. 새삼 이 동네가 치안이 좋지 않다는 것이 실감 났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맑은 하늘을 보니 이런 불안감은 싹 사라졌다.
'그래 뭐 이 동네 정도면 나쁜 치안도 아니지. 여기가 캄튼도 아니고.'
LA에서 대중교통 여행하기
LA에서 허락된 시간은 사실상 오늘 하루밖에 없었다. 내일은 멕시코로 이동하는 날이고, 어제는 비가 와서 사실상 아무것도 못했다. LA여행에 대해 여러 가지 검색해 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LA에서 대중교통으로 여행하는 것은 비추천이다.'
보통 LA를 여행할 때는 렌터카를, 면허가 없다면 우버를 이용해서 여행한다. 하지만 두 달 동안 여행하는데 이곳에서 많은 돈을 쓸 수는 없었다. 우버 한번 이용하면 3만 원 정도 드는걸...
결국은 버스를 이용한 여행을 하기로 결정하고 버버리힐스로 향했다. 가난한 여행자의 부자동네 여행이라...
버버리힐즈는 명성에 걸맞게 여타 LA풍경과는 달랐다. 그 흔한 홈리스도 없었고, 길거리에서 오물냄새조차 나지 않았다. 여느 관광지처럼 북적거리지도 않았고, 여성 혼자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게 가능한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어제와 다르게 날씨가 맑아서일까. 버버리힐즈의 모습은 더욱 평화로워 보였다. 2월임에도 불구하고 따듯한 햇살이 쏟아지고, 치안 걱정도 없어 보이는 이곳. '돈만 넉넉하면 날씨의 축복을 받은 여기서 살아 보고 싶네.' 이런 생각을 하며 구석구석 돌아다닌 후 폴스미스로 향했다.
사실 폴스미스는 인스타 사진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사실 이것 말고는 딱히 둘러볼 것도 없고 저 핑크색 벽만이 유일한 구경거리였지만 선명한 분홍색 벽은 사진 찍기에는 제격인 곳이었다.
이곳에 도착하니 외국인 친구들이 이미 열심히 사진 찍는 중이었다. 한 여대생 무리가 다가와 내게 물었다. "너도 사진 찍을래? 우리가 찍어줄게." 이 친절한 친구들은 혼자온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먼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선의를 보였다. 이럴 때마다 항상 생각한다. '이게 여행자들의 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