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고 남미로 떠나다
2024년 어느 날 실장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회사를 3년 넘게 다녔지만 개인적으로 면담을 요청한 적은 없던 나였기에 실장님은 이미 예상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물으셨다.
"퇴사하시게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하긴 10년 넘게 같은 회사에 다니셨는데 직감적으로 모를 리 없었다. 이게 짬일까?
"이번에 나가면 어떤 거 하게요? 이유가 있어요?" " 네 요즘 들어 몸도 되게 비실비실 해진 거 같고, 그냥 쉬고 싶기도 하고 그리고 여행 가려고요." 한국말의 주제는 맨 뒤에 나온다고 했나. 앞에 있는 밑밥들은 5%도 채 되지 않은 이유였고 여행이 주목적이었다.
"네? 또요? 이번엔 어디로 가려고요? "아 이번에는 남미 여행 길게 한번 가보려고요." 사실 작년에도 회사에 한 달간 휴직을 요청했고, 회사에서는 흔쾌히 받아들여 줘 유럽을 다녀온 적이 있는 나였다. 우리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고, 마지막으로 실장님은 안전하게 여행하라는 덕담과 함께, 다음 이직에도 행운을 빌어주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3년간의 동행이 끝났다. 개인적으로 내가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꼼꼼하다고도 할 수 없는 직원이었다. 대학교도 관련 있는 전공이라 하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적성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모션그래픽이라는 분야를 좋아했기 때문에 일을 시작했던 나였다.
회사에서는 나에게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3D 쪽으로 일할 기회를 만들어주었고, 다른 회사라면 생각하기 힘든 한 달 휴가도 기꺼이 들어주었다. 물론 안 좋은 기억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기억이 더 많은 곳이었다.
퇴사한 지 3일이 지난 오늘. 긴장 그리고 설렘을 안은 채 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어떤 위기가 나에게 벌어질지 기대를 품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