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둘째 날
[마추픽추로 향하는 날]
아구아스 깔리안떼스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버스정류장으로 집합하는 시간은 7시. 숙소에서 조식을 제공하는 시간도 원래는 7시부터였지만 우리의 일정 때문에 10분 정도 앞당겨 제공해 주었다.
우리는 빵과 과일을 재빠르게 해치우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숙소밖으로 나오자 어제는 어두워서 알지 못했던 아구아스 깔리안떼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산으로 둘러 쌓인 마을과 주변으로 구름이 뒤덮고 있는 모습은 신선이 머물 거 같은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숙소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5분도 안 되는 짧은 거리였기 때문에 딱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정류장에는 이미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우리는 예약한 시간에 맞춰 그들을 제치고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버스는 꼬불꼬불한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는 꽤나 험준한 길이었다. 풍경을 감상할 겸 창밖을 바라보자, 산길을 가로질러 올라가고 있는 서양인 팀들이 보였다. 만 오천 원 정도 되는 꽤나 비싼 버스 가격이었기 때문에 저렇게 올라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 갔다. 만약 나도 투어를 통해 오지 않았다면 저렇게 등산을 하며 이동했을 것이다.
10분 정도 이동했을까? 마추픽추 입구에 있는 짐 보관소에 우리의 가방을 보관하고는 가이드를 따라 마추픽추를 향해 이동했다.
[그런데 날씨가...?]
우리가 생각하는 마추픽추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10분 정도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내부의 날씨는 나쁘지 않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마추픽추의 사진을 찍는 곳이 구름으로 덮여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이곳이 포토스팟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구름이 덮여 있어 분간을 할 수 없었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것을 보고서야 겨우 알아챌 수 있었다.
우리는 구름이 걷히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기다리고 있지만 몇 시간을 기다린다고 구름이 걷힌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져 가는 우리였다. 하염없이 기다리던 우리는 지루해진 나머지, 어제 구매한 알파카 인형을 풀밭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중간중간 마추픽추가 얼굴을 드러내는 듯하다가도 바로 구름 속으로 숨어버리는 상황이 몇 번이나 반복되는 안달이 나는 우리였다. 쿠스코로 돌아가는 기차시간도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더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은 30분 정도의 여유밖에 없었다.
어느덧 몇 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의 이런 딱한 상황을 읽기라도 한 듯 구름은 바람을 따라 이동하고, 마추픽추가 그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와" 감탄이 외마디로 터져 나왔다. 오랜 시간 기다려서 맞이한 모습이라서 그런지 더더욱 가슴이 벅찬 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찍은 마추픽추의 모습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모습이 대부분이었는데 적당한 구름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은 공중도시라는 별칭이 더더욱 어울리는 한 컷이었다.
사진을 찍고 나니 다시금 구름이 마추픽추의 얼굴을 덮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었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얼굴을 마주해서인지 더 이상의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다. 우리는 일방통행인 길을 따라 이동하며 마추픽추의 다른 곳도 속속들이 살피며 출구로 빠져나갔다.
출구에서 버스를 타고 아구아스 깔리안테스로 이동하자 순식간에 하늘은 먹구름으로 물들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날씨 운이 우리를 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타이밍에 쏟아진 비는, 우리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계속해서 쏟아졌다.
사실 남미여행을 계획하기 전 마추픽추를 꼭 방문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건립시기가 불과 5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 우리나라 조선시대와 같은 시기였고, 돌무더기를 실제로 본다고 해서 큰 감흥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싼 가격이 너무 마음에 걸렸다.
사실 여행을 다녀온 지금도 마추픽추에 또 방문한다고 하면 비싼 기차표와 입장료 때문에 망설여질 것 같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져 있던 공중도시가 탐험가에 의해 다시 세상으로 알려졌다는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는 사람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또 방문할 의향이 있냐고? 음 차라리 페루의 다른 도시 아레키파에 방문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