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스페인어는 너무 어려워
첫 스페인어는 너무 어려워
LA에서 멕시코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시간 정도의 짧은 비행이었지만 미국에서의 느낌과는 확 다른 느낌이었다. 백인과 흑인이 많았던 것과 달리 히스패닉에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익숙한 영어 대신 스페인어가 곳곳에서 들렸다.
멕시코시티 공항에는 특이하게도 경찰이 정말 많았다. 멕시코에 대한 치안이 안 좋게 소문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곳곳에서 '폴리시아'라는 단어가 써진 경찰복을 입은 채 돌아다니고 있었다.
미리 예약해 놓은 숙소가 센트로 쪽에 있어 시내로 이동해야 했는데, 문제는 거기까지 가는 길을 전혀 알 수 없었다. 택시는 비싸니 버스를 타고 싶은데 길은 모르고, 말은 안 통하고....
고민하다 경찰 한 명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익스큐즈미?" "노 잉글리시!" 경찰관은 영어에 알레르기라도 있는 것처럼 단호하게 외쳤다. '그래. 그 나라에 왔으면 그 나라 사람들의 말을 써야지' 당황한 마음을 합리화 한 채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구글맵은 숫자 4가 써진 버스를 타면 된다고 알려줬지만 20분을 기다려도 4번 버스는 올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결국 기다리다 지친 나는 옆이 있던 사람에게 하찮은 스페인어 실력으로 질문했다. "콰트로 버스 아끼? (4번 버스 여기 맞나요?" 질문을 받은 아저씨는 껄껄 웃으면서 "Si (맞아)"라고 대답하고는 내가 알아듣기 힘든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쏟아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멕시코 여행에 대한 조언이겠거니 하고는 대답했다. "그라시아스! (고맙습니다)"
멕시코의 첫인상
멕시코 하면 어떤 게 생각나는가? 영화 '코코', 타코, 카르텔 등등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다양한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하는 중 알게 모르게 치안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둘러본 멕시코시티의 풍경은 이런 걱정을 날리기에 충분했다.
무의식 중에 가지고 있던 살벌한 치안과 대마초를 피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없었다. 밤인데도 불구하고 길거리에서 노랫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반짝이는 주황색 조명들로 물든 스페인풍의 건물들, 광장에서 크게 펄럭거리고 있는 멕시코의 깃발까지. 무의식 중에 생각이 들었다 ‘이 도시는 나랑 잘 맞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