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없는 호의
누구세요...?
아직 시차적응이 완전히 되지 않은 탓일까? 6시의 이른 아침에 눈을 떴다.
멕시코의 아침은 의외로 쌀쌀했다. '이 시간에 문을 연 식당이 있을까?' 이런 생각과 함께 구글맵을 뒤져봤더니 딱 한 군데 문을 연 곳이 있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곳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기로 했다.
배를 채우고 식당을 나서니 날씨가 제법 따뜻해져 있었다. 기분 좋게 배를 두드리며 식당 밖을 나서는데, 누군가 어깨를 툭툭 쳤다.
'누구지? 내가 아는 사람이 멕시코에 있을 리는 없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뒤돌아보니 40대쯤 돼 보이는 멕시코 아저씨가 웃음을 지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누구세요...?"
일일가이드 움베르토 아저씨
아저씨는 해맑은 표정으로 "쁘롬 쁘롬 (어디 출신이야?)" 연신 외쳤다. "꼬레아 델 수르! (남한이에요)" 비록 짧긴 하지만 의사소통에는 지장이 없는 대화였다.
아저씨는 그다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번역기를 켜고는 내 눈앞에 보여주었다. "혼자 여행 왔어? 내가 여기 소개해줄까?" 본인의 이름을 '움베르토'라고 소개한 아저씨는 나의 일일가이드를 자처했다.
분명 기존의 여행 상식으로는 외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친절을 베풀면 절대 믿으면 안 된다는 의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아저씨의 해맑은 표정덕에 한번 속아보기로 했다. '그래 나중에 돈 달라고 하면 적당히 주고 보내야지 뭐.'
이런 내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저씨는 멕시코의 이곳저곳을 소개해주었다. 특히 아저씨는 독실한 크리스천인 듯 멕시코시티의 성당 이곳저곳을 보여주었다.
손짓과 번역기를 섞어가며 아저씨는 그림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었고 기도하기를 반복했다. '이 그림은 이 성당을 만든 사람이 깨달음을 얻은 순간을 표현한 그림이야. (시간이 좀 지나 정확한 기억이 아닐 수 있다)'
비록 나는 무교이지만, 아저씨의 이런 수고에 성의라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나도 모르는 마음속에서 신실한 마음이 든 것인지, 아저씨를 따라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올렸다.
움베르토 아저씨는 오후에 스케줄이 있다며 이제 가보겠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와츠앱(유럽과 남미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아이디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돈 많은 아저씨가 심심해서 가이드를 해준 건지, 동양인이 방황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그랬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움베르토 아저씨의 대가 없는 친절함은 멕시코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좋아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대가 없는 호의가 있을 수도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