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도시 테오티우아칸
멕시코의 피라미드
'피라미드' 이 단어를 들었을 때 생각나는 나라 하면 대부분 이집트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멕시코에도 이런 피라미드가 존재한다. 비록 우리가 알고 있는 모래 색깔의 그것은 아니지만...
내가 오늘 갈 곳은 '신들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테우티우아칸. 원래부터 이런 이름은 아니었고 후대의 아즈텍 문명의 사람들이 이름을 붙여준 곳이었다. 이런 고대 유적의 이미지 상 아주 먼 곳에 위치해 있을 것 같지만 멕시코시티에서 불과 5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런 어마어마한 유적지가 겨우 버스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다니!
테오티우아칸에 도착하자 입구까지 뻗은 길 양 옆으로 상인들이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다. 흑요석 질감의 기념품, 아즈텍 문명을 이미지화한 티셔츠, 재규어 소리를 내는 장난감 (상당히 임팩트 있는 소리여서 궁금한 사람은 유튜브에 검색해 보는 걸 추천!) 등. 상인들의 호객을 뿌리치고 조금 걸어가면 멕시코의 피라미드 '태양의 피라미드'가 그 위용을 자랑했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피라미드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 위용이 대단했다. 약 2000년 전 건축 당시에는 피라미드가 붉은색 염료로 덧칠되어 그 위용을 자랑했었지만 지금은 회색의 돌덩어리들만이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숙소에서 만난 한국 할머니
거대한 위용의 유적을 둘러보고 나서인지 관광이 끝나자 온몸이 노곤노곤해졌다. 오후 5시라는 그리 늦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시차적응이 되자 않은 뇌와, 2만보를 걸은 다리는 살려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오늘은 필히 일찍 잠에들리!' 이런 각오를 하고 숙소로 복귀했다.
숙소에 복귀하자 한 아시안 할머니가 다른 외국인들에게 스페인어로 대화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호기심이 생겨서 그 옆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그 할머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Where are you from?" 한국인이라고 대답하자 그분은 밝게 웃으시면서 "아 한국인이시구나"라고 웃으며 반응하셨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대화를 하였는데, 어린 시절 프랑스로 유학을 갔었고, 그 당시 파리에는 신학자를 제외하면 한국인 자체가 거의 없어서 소수의 한국인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해서 거주했고, 여행을 좋아해서 120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한 베테랑 중 베테랑이었다. 이후 술 한잔하고 싶으면 8시에 복도에서 만나자고 하였고 이런 이야기에 흥미가 생긴 나는 흔쾌히 응하였다.
숙소 근처의 펍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느낀 점은 세상에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이 많다는 점이었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면서 이 조차도 힘들어하는 나인데, 45년 전쯤 그 먼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내가 한 고생은 그리 힘든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달까?
술값을 계산해 주며 '남은 여행도 큰 사고 없이 안전하게 여행하라.'는 덕담을 해주며 쿨하게 자신의 방으로 귀가하는 뒷모습은 요즘에도 보기 힘든 쿨한 여성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