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지난 여름, 그렇게도 풍성하게 열렸던 토마토들은 이제 점점 잎이 말라가고, 줄기도 시들어가고 있다. 이제 텃밭을 마무리할 시기가 온 것이다.
처서 이후 급격하게 내려간 아침 기온 탓인지, 토마토 열매들이 더 이상 예전의 크기가 아니다. 그래서, 8월의 마지막 주말인 오늘, 이제 토마토를 모두 뽑아내기로 마음을 먹고 텃밭에 나갔다. 얼마 남지 않은 익은 열매는 따고, 덜 익거나 줄기가 시들해진 것은 모두 뽑아낼 심산이었다.
그런데, 웬걸... 아직도 토마토들은 "나의 날들이 아직 남았다"고 항변하고 있었다.
시든 줄기의 끝에는 새롭게 노란 꽃이 피고 있었고, 심지어 그 중 몇 개는 작게 열매를 맺기 시작한 상태였다.
분명 줄기나 잎을 보면 이 꽃들이 열매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였지만, 차마 뽑아낼 수가 없다.
김연경 선수가 마지막 국가대표로 출전했을 때, 김연아 선수가 마지막으로 빙판위를 누볐을 때, 그리고 은퇴를 목전에 둔 누군가가 마지막으로 힘을 낼 때 많은 이들은 "라스트 댄스", "라스트 스탠드"라고 일컬었다.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고, BCG Matrix의 "Dog"는 언제라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나이지만..
아직은 이 토마토들과 라스트 댄스를 함께 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