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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매트

거실을 다용도 공간으로 만든 비법

by 파슈하

10평대의 집에서 20평대 방 세 개짜리 아파트로 이사가 확정된 날. 나는 바로 쇼핑창을 켰다. 드디어 '그것'을 살 때가 온 것이다... 바로, 층간소음매트!


10평대 작은 집에서는 거실에 킹사이즈 라텍스매트를 두고 놀이매트 겸 침대로 사용했었는데 이사를 하면 거실이 두세 배는 넓어지니, 더 이상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기를 키우는 집이라면 층간소음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층간소음이 날 수밖에 없는 집을 짓는 건설사의 행태와 바닥보강에 추가로 돈을 써야 하는 작금의 실태에 탄식을 금할 길이 없었지만, 육아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4살 미만의 아기에게는 '살금살금 걷는 기능'이 없다.


다행인 건, 국민 펭귄과 그 친구들이 촘촘히 박힌 알록달록한 디자인 매트의 시대가 지고 있었다는 것. 대신 북유럽풍 나무목 무늬의 고요한 디자인 매트가 막 팔리기 시작한 참이었다. 나의 선택은 당연히 후자였다. 연베이지색 나뭇결 강화마루 위로 가로 3.8미터 세로 4미터의 폭신한 퍼즐이 채워졌다. 이로써 아랫집에 대한 예의를 어느 정도 차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층간소음매트가 '층간소음방지' 말고 역할을 또 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일단 첫 번째 활약을 목격한 것은 겨울이었다. 거실 보일러를 틀지 않았는데도 별로 춥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이 매트가 두꺼운 카펫 역할을 겸하는 것 같았다. 추위를 진짜 많이 타는 내가 보장한다.


나는 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서 최소한의 물건만 쓰는 '육아 미니멀'도 함께 진행했는데, 다른 건 몰라도 '어차피 매트를 깔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하루라도 일찍 까는 것을 추천한다. 출산 후 겨울에 가끔 발목이 시릴 때가 있는데, 매트 위에 있다면 그런 현상이 싹 사라지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또 어떤가. 에어컨 없는 방에서 끙끙대며 잠들지 말고, 베개만 들고 거실로 나오면 바로 잠자리가 완성된다. 침대만큼 푹신하지는 않지만 허리가 배기는 것 정도는 막아준다. 여름밤 거실에 나와 아이들과 함께 누워있으면 마치 캠핑 온 느낌마저 든다. 배밀이하던 아기가 데굴데굴 굴러다니다가 아무 데서나 잠들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것 역시 매트의 공이 컸다.


층간소음매트 설치 중
거실 공간을 전부 덮었다


물론, 이 정도에서 끝난다면 그냥 적절한 아기매트, 층간소음매트 사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매트가 진짜로 진가를 발휘했던 건, 바로 2020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코로나 때였다.


문 밖을 나가는 것이 금기시되었던 바로 그 시절. 아이러니하게도 몸은 이럴 때일수록 더욱 간지러운 법. 헬스장은 문 닫은 지 오래고 그렇다고 공원에 뛰러 나가자니 아기가 마음에 걸렸다. 다들 같은 마음이었는지 요가매트며 폼롤러를 구입한다고들 했다. '나도 사야 하나?' 구매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눈에 띈 건 우리 집 거실. 그렇다. 이미 여기는 준비된 운동장이었다. 쿠션감은 이미 아이가 수십 번 무릎으로 증명해 냈다. 나는 그냥 리모컨으로 유튜브에서 적절한 홈트 채널만 틀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헬스장이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 준다는 책에서 말한다. 만약, 아침에 요가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것 같다면 침실이나 거실 한 켠에 그냥 요가매트를 깔아 둔 채로 두라고 말이다. '아, 매트 꺼내와야 하는데' '매트 정리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 없이 그냥 그 위에 올라가면 운동모드 ON이 되는 것이다. 운동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장애물 하나를 없애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란 것이다.


그런데 우리 집은 어떠한가. 거실에 광활하게 깔린 매트가 24시간 너는 언제든 윗몸을 일으켜도 된다고, 플랭크를 해도 팔꿈치가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격려하고 있지 않은가.


이때 내가 가장 도움을 받았던 것은 땅끄부부의 유튜브 채널이었다. 긴 출퇴근거리와 잦은 야근으로 헬스장 열 때 출근하고 닫을 때 퇴근하던 남편이 마침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하고 있던 참이었다. 서재에서 나오면 퇴근, 거실로 들어오면 헬스장 출석이 되었다. 덕분에 아이 낳고 어떻게든 빼지 못했던 살을, 이 기간에 5킬로 정도 감량할 수 있었다.


퍼즐매트의 징점. 원하는 대로 배치할 수 있다


매트가 우리 가족에게 준 것은 '층간소음 해결' 만이 아니었다. 바닥에서 뒹굴어도 괜찮은 여유과 작심삼일로 끝내지 않을 운동습관도 함께 선물해 주었다.



문제는, 최근엔 운동하는 시간보다 그냥 누워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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