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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스미스의 국부론에 대한 뇌과학적 해석

고전 경제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이 개별 참여자들의 자율적 선택을 통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이룬다는 믿음 위에 세워져 있다. 애덤 스미스가 제시한 이 은유적 표현은 오랫동안 경제 시스템의 자율 조정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 고전을 현대적 시각, 특히 정보처리 이론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해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시장을 거대한 분산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손’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추론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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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숨겨진 가치, latent parameter x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그 자체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가치는 본질적으로 **관찰 불가능한 잠재 변수(latent parameter)**이다. 다시 말해, 어떤 상품의 객관적인 가치를 사전에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시장 참여자들은 각자 불완전한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그 가치에 대한 추정을 수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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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인은 가치 판단 함수이다

이러한 추정을 수행하는 주체는 시장의 수많은 개인들이다. 각 개인은 자신이 가진 지식, 경험, 신념에 따라 하나의 함수처럼 행동한다. 어떤 상품에 대해 개인 A는 함수 f(x)를, 개인 B는 g(x)를 적용하여 나름의 가치 평가를 내린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함수들이 모두 상이하며, 시장 내 각 개인은 서로 다른 정보처리 장치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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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거래는 함수값의 차이를 줄이는 연산

거래는 이러한 함수값들의 비교를 통해 성사된다. 판매자가 생각한 가치와 구매자가 생각한 가치가 일치하거나, 적어도 그 차이가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줄어들었을 때 거래가 이루어진다.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f(x) - g(x) ≈ 0일 때 거래가 성사된다. 이 과정은 마치 각기 다른 추정기들이 상호작용하며 수렴해 가는 과정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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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상은 연산을 유도하는 강화 신호

거래가 성사되면 양 당사자는 **보상(reward)**을 얻게 된다. 이 보상은 곧 시장 참여에 대한 유인으로 작용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함수를 들고 이 정보처리 과정에 참여하도록 만든다. 이는 일종의 강화학습적 구조로 볼 수 있다. 참여자는 시장의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판단 함수를 수정하거나 유지하며, 점점 더 정교한 추정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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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장가격은 집단 추정의 산물

이러한 수많은 개인 함수들의 상호작용은 결국 하나의 결과를 도출해낸다. 그것이 바로 **시장가격(market price)**이다. 시장가격은 상품의 실제 가치 x에 대한 수많은 함수들의 출력값이 집단적으로 수렴한 근사치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수많은 약한 추정기들이 모여 강력한 예측력을 만들어내는 앙상블 학습(ensemble learning) 구조와도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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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시장은 정보처리 시스템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신비로운 힘이 아니다. 그것은 시장이라는 거대한 분산 정보처리 시스템이 각 개인의 함수 연산과 상호작용, 피드백을 통해 은닉된 가치를 추정하는 과정 그 자체다. 시장은 단지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미시적 판단 함수들이 계산적 피드백 구조 속에서 작동하는 거대한 인지적 엔진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고전 경제학의 통찰을 현대 정보과학의 언어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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