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의 중요성
드로잉으로 보는 개념의 중요성
이런 조직화된 개념적 지식은 새로운 학습, 지식의 적용 모두에 어마어마한 이득을 줍니다. 구체적인 뇌과학적 원리에 대해선 이후의 글에서 설명하겠습니다만, 이 글에선 미술에서의 "드로잉"이 아주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술 학원에 가면 인체 모델을 대상으로 수많은 드로잉을 연습하게 됩니다. 왜 그렇게 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인체에 대한 "개념적 지식", 다시 말해 인체를 구성하는 요소들과 (머리, 가슴, 배, 골반, 어깨, 전완 ...), 이들 간의 통계적 관계에 대한 지식을 수많은 연습을 통해 "몸에 새기게" 하려는 것이죠. 이러한 인체에 대한 개념적 지식이 왜 중요할까요? 새로운 복잡한 정보가 주어졌을 때 (예: 다비드 상), 우리는 이러한 두뇌 속의 개념적 모델을 심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새로운 정보를 너무나도 쉽게 이해하고, 또한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이것이 창의력의 신경학적 기반입니다)하게 됩니다.
공부에의 적용
지금까지 개념적 지식의 중요성에 대해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개념적 지식이 정말 학교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건 맞을까요? 분명 그렇습니다.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개념적 지식이 모든 공부의 핵심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수학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수능에서 출제되는 어려운 수학 문제들은 2~4개 정도의 수학적 요소들을 결합한 형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풀기 위해선, 문제를 "구성 요소로 나누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고, 응용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위에서 개념이란 대상을 ‘구성요소로 나누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어떤가요? 수학을 잘하기 위해선 개념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수학을 예시로 들긴 했지만,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개념은 공부의 코어 중의 코어입니다. 요사이 많은 분들이 주목하고 있는 ‘문해력’이라는 것의 본질 역시 긴 글을 장(챕터)으로, 장은 다시 단락으로 나누어 각 부분들의 핵심 내용을 추출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개념적 지식의 본질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개념적 지식’은 우리 뇌의 어디에 어떻게 저장되어 있을까요? 아마 다들 눈치채셨겠지만 개념적 지식은 결국, 우리 뇌에 잘 구조화된 지식의 네트워크로 저장됩니다. 정교한 개념적 지식을 갖는다는 것은, 곧 뇌 속에 기능적으로 짤 조직된 정보 구조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잘 조직화, 혹은 구조화되었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네트워크가 기능에 따라 잘 분화된 동시에 적절한 통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회사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잘 돌아가는 회사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인사부, 총무부, 재무부, 생산 라인 각각의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이 속한 팀에서 동료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모습이 떠오르실 겁니다. 또한 팀 내의 협력뿐만 아니라 팀 간의 적절한 소통 역시 성공적인 회사의 조건일 것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신피질에 있는 지식의 네트워크 역시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서로 관련이 높은 지식들이 밀접하게 연결된 클러스터를 이루고, 이 클러스트들 간의 원할한 정보 교류가 일어나는 것이 이상적인 지식의 네트워크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분화와 통합의 구조를 동시에 가진 지식의 네트워크는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이해하고, 기존 지식을 유연하게 재조합하며, 문제 상황에서 창의적인 해결책을 떠올릴 수 있게 해줌으로써 공부의 성공을 가져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조직화된 지식의 네트워크는 어떻게 형성될 수 있을까요? 어떤 학습 방식이 이 네트워크를 더 잘 구축하도록 도와줄까요? 다음 글에서는 개념적 지식을 효과적으로 기르는 구체적인 학습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