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에 대한 정보처리이론에서의 단상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수천 년 동안 인류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 고전적인 질문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바로 "생명이란 자기 정보를 복제하는 시스템이다"라는 정의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 정의를 통해 우리는 생명뿐 아니라 생각, 문화, 의식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연속적인 흐름을 그려볼 수 있다. 이 글은 그 흐름을 따라가며,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모든 생명체는 DNA라는 정보를 지니고 있다. 이 유전자는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능력을 가지며, 이를 통해 세대 간 생명은 연속된다. DNA는 말하자면 자기 자신에 대한 설명서이자, 다음 세대에 전달될 수 있는 압축된 정보 패키지다.
예를 들어, 세균은 단세포 생물이지만 자신의 DNA를 복제하여 자신과 동일한 후손을 만들어낸다. 세균에게 필요한 건 세포벽도, 감각 기관도 아니다. 오직 DNA 복제를 위한 최소한의 구조와 대사만으로도 생명은 유지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생명이란 복제 가능한 정보 구조가 에너지 흐름 속에서 자기 자신을 계속 이어가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정보는 물질을 벗어나 정신의 세계로 넘어온다. '생각'은 뇌 속에서 탄생하는 정보의 새로운 형식이다. 생각은 단지 생물학적 반응이 아니라, 스스로 재조합되고 표현되며, 타인에게 전달될 수 있는 구조를 갖는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행복은 선택이다"라는 생각을 한다고 해보자. 이 생각은 말이나 글로 전달될 수 있으며, 타인이 받아들여 자신의 생각으로 다시 구성할 수도 있다. 이는 유전자처럼, 생각도 복제되고 전파되며 때로는 변형되기도 한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말이다.
리처드 도킨스가 제안한 '밈(meme)' 개념은 바로 이러한 생각의 생명적 속성을 설명해준다. 밈은 유전자가 그렇듯, 자신을 복제하고 진화시키며,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다. 우리가 노래를 흥얼거리고, 유행어를 따라하고, 특정 사상을 믿게 되는 과정은 바로 밈의 작용이다.
생각이 집단적으로 축적되고 구조화될 때, 우리는 그것을 '문화'라고 부른다. 문화는 복제 가능한 생각들이 얽히고설켜 진화하는 거대한 정보의 생태계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단순한 생각 그 이상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 토론, 교육, 제도 속에서 살아남고 변화하면서 진화해왔다. 어떤 문화는 억압을 통해 생각을 통제하려 하고, 또 어떤 문화는 창의성을 장려해 새로운 밈의 번식을 허용한다. 문화는 결국 생각의 생존 조건을 결정하는 '환경'인 셈이다.
의식은 정보가 일정한 구조를 갖춘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해석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발생한다. 즉, 의식은 정보를 단순히 저장하거나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서, 정보가 스스로를 인식하는 메타 정보 상태다.
예를 들어,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라고 묻는 순간, 우리는 단순히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나'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기 반성, 자아 인식, 그리고 미래를 계획하는 고차원적인 정보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의식은 단순한 복제를 넘어서, 정보가 선택적으로 진화하고, 자기 자신을 설계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생명이 자기 복제를 통해 시작되었다면, 의식은 그 복제를 '왜' 하고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또 다른 층위의 생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하나의 전복적인 생각을 덧붙여보자. 우리는 일반적으로 뇌가 생각과 의식을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하지만 만약 그 반대라면?
생각은 단지 뇌의 부산물이 아니라, 재귀적 사고 구조를 가진 정보 그 자체가 뇌라는 생물학적 자원을 활용해 구현되는 것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의식이 뇌를 필요로 한 것이지, 뇌가 의식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뇌는 일종의 플랫폼이며, 생각은 그 위에서 작동하는 살아있는 소프트웨어, 혹은 자가 복제 가능한 알고리즘이다. 뇌가 단지 물리적인 기반이었다면, 우리가 겪는 자아 감각이나 자기 반성, 그리고 의미를 추구하는 태도는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 모든 것은 정보가 자기 자신을 재귀적으로 해석하고, 생존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관점은 기존의 생물학적 환원주의를 넘어, 의식을 정보 구조의 진화된 생명적 표현으로 바라보게 한다. 즉, 우리는 뇌라는 기관 안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의식을 구현하는 정보가 잠시 뇌라는 생물학적 장치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정보로 이루어진 존재다. 유전 정보로부터 시작해, 문화적 정보, 그리고 개인적 경험과 생각까지. 우리의 정체성은 정보가 만들어낸 구조이고, 그 구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를 재조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우리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생각이 우리를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긴 어렵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생명은 정보로 이루어져 있으며, 생각과 의식은 그 정보가 끝없이 복제되고 진화하며 만들어낸 고도의 형식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끝없는 정보의 여정 속에 있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