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psychose)란 무엇인가? (4)

분류 두 유형: “증후군적/분류학적 분류” vs. “정신병리학적 분류”

by Hyun Lee

정신증을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이 등장한다. 흔히 정신병리가 분류 자체를 거부한다고 오해되지만, 실제로는 분류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다만 그 방식이 서로 다를 뿐이다. 하나는 외부에서 관찰 가능한 징후(signes)를 기준으로, 이 징후들이 어떤 빈도로 함께 나타나는가에 따라 질병을 묶어내는 증후군적·분류학적 분류(taxinomique / syndromique)이고, 다른 하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과정이나 갈등, 방어 기제와 같은 내적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질환을 설명하는 정신병리학적·기전적 분류(étiopathogénique)이다.


예를 들어 우울 상태는 슬픔, 비관, 전반적 지체와 무기력, 자살 사고, 불면, 식욕 감소 혹은 거식과 같은 여러 징후의 결합을 통해 정의된다. 이러한 개별 징후들은 다른 질환에도 나타날 수 있지만, 이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함께 나타날 때 하나의 ‘우울 삽화’를 구성하게 된다. 반면 정신병리학적 분류에서는 정신증을 동일시, 투사, 자아침범과 같은 특정 방어기제와 연결해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관찰 가능한 현상이라기보다 이론적 해석에 기초한 추정적 구성물이라는 점에서, 보다 사변적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다.


정신증에 대한 정신병리학적 탐구의 역사 역시 증후군적 분류 체계와 긴밀하게 얽혀 발전해 왔다. 정신병리는 DSM이나 ICD 같은 분류가 기술해 낸 가시적 현상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이면에 존재하는 잠재적 과정과 보이지 않는 구조를 이론화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분류 체계는 서로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예컨대 “만성 환각성 정신증”과 같은 정신과적 분류 범주가 정신병리학적으로 동일하게 파악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반대로 “망상증(paranoia)”이라는 개념은 증후군적 분류 속에서 해체되거나 소멸되기도 한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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