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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덕(27)

전남일보 김동수의 나눔톡톡 제 27화

by 김동수

올해 추석 연휴는 국가 공휴일과 맞물려 역대급으로 길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정성껏 차린 음식을 나누며 정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풍요의 이면에는 음식물 쓰레기라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명절이 끝난 뒤 버려지는 음식물의 양은 평소보다 두세 배나 늘어난다. 넘치는 상차림은 곧 음식물 쓰레기를 양산하게 된다.


음식물 쓰레기는 기후 위기의 숨은 주범이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 이상이 음식물 쓰레기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육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비중이 압도적이다. 소, 돼지, 닭을 기르기 위해 막대한 양의 사료가 필요하고, 그 사료를 얻기 위해 산림이 파괴되며 사막화가 진행된다.


소고기 1kg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약 1만 5천 리터의 물이 소비되고,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수십 배 강력한 온실효과를 낸다.


우리나라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연간 60kg을 넘어섰다. 이는 쌀 소비량보다도 높은 수치다. 거리에는 고깃집 냄새가 진동하고, 고기가 빠진 식탁은 허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식문화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육류 소비가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이제 ‘덜 먹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기후 위기로 빈발하는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더 필요하다.


이제 기후 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데,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세계 최대의 사기극”이라 부르며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했다.


이런 트럼프의 반기후정책는 기후정의(Climate Justice)를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이는 앞으로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사회적 윤리적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계 최대 배출국인 중국이 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며 탄소중립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1일은 ‘세계 비건의 날’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비건(vegan) 인구는 25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1인당 탄소 배출량이 OECD 4위인 나라에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직장에서 나 가정에서 고기 없는 ‘비건의 날’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주말에 하루 단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비우는 것도 권장할 만 한 일이다.


법정 스님은 “가난의 덕이 필요한 세상”이라고 했다. 가난은 단순히 물질의 부족이 아니라 욕심을 내려놓는 덕목이다. 덜 갖고 덜 먹으며 감사할 줄 아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풍요다.


우리가 누리는 ‘무한 리필’, ‘뷔페’ 문화는 넘침의 상징이다. 결국 과식은 비만을 부르고, 주말마다 TV에서는 각종 다이어트와 건강보조식품 광고가 난무한다. 이제는 ‘배부른 소비’보다 ‘건강한 절제’가 필요하다. 먹는 문제에서도 청빈의 정신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너무나 풍요로운 세상, 올바른 풍요는 가난의 덕을 알고 절제와 나눔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넘침이 아니라 절제, 나만의 소비가 아니라 나눔으로 이어질 때 낭비는 사라지고, 모두가 함께 풍요로워질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미래 세대를 위한 최고의 나눔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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