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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29)

전남일보 김동수의 나눔톡톡 제 29화

by 김동수

최근 사회적으로 정년 연장이 뜨거운 논의가 되고 있다. 필자 또한 ‘정년 후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던 차다. 하지만 그 해답은 사람마다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배우자가 일하고 있어 생계 부담이 덜한 사람도 있고, 반대로 연금 수급 나이가 되지 않아 절박한 상황인 이들도 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아 소득 공백이 큰 사람, 재취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사무직 퇴직자의 경우 고민은 깊어진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고, 어떤 이들은 아예 창업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혹자는 노년의 일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아니라,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도 노년에 공통으로 필요한 세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건강, 학습, 관계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필요성 보다 노년의 삶의 질이 더 중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첫째는 건강이다. 이것은 노년의 가장 확실한 자산이다. 걷기, 가벼운 달리기, 등산 같은 일상적인 활동이 노년의 삶을 지탱한다.

많은 사람이 꿈꾸는 산티아고 순례길도 시간과 돈이 있어도 건강이 없으면 갈 수 없다. 건강은 모든 활동의 근본이며, 한 번 무너지면 행복한 노년도 없다. 병상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한 노년’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는 학습이다. 공자는 '배우고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배움의 즐거움을 설파했다. 이 말씀은 노년에도 유효하며 새로운 배움은 뇌를 깨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TV에만 의존하는 수동적 생활은 경계해야 한다. 대신 블로그나 유튜브 같은 창의적 활동, 그리고 자신의 전문 분야를 활용한 글쓰기는 노년의 정신을 젊게 유지한다. 배우는 사람은 늙지 않고 치매도 예방한다.


셋째는 관계다. 노년의 무위는 관계의 단절이다. 그래서 일과 종교, 운동, 취미, 동호회 활동이 중요하지만, 노년을 보다 가치 있고 아름답게 하려면 노년 설계에 반드시 나눔을 포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년 후에도 69세 헌혈 정년까지 꾸준히 헌혈한다면 그것 자체로 헌혈의 집을 오가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활동이 된다.


또한 직장에서 쌓아온 지식과 기술, 그동안 하고 싶었던 노래나 악기, 춤, 요리나 제빵 등을 배우며 그 재능을 지역사회에 나누는 일도 가능하다. 이처럼 자신이 가진 경험과 배움을 사회에 환원하는 재능봉사는 노년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걷기 앱을 통한 포인트 기부나 블로그 글쓰기를 통한 해피빈 기부로 일상에서 쉽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더불어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기부는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고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재산을 남겨 자녀에게 상속 분쟁의 씨앗을 남기기보다 나눔을 통해 존경받는 삶을 완성할 수 있다. 이럴 때 노년의 나눔은 가진 것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행복을 채우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산기부 문화가 아직은 미미하지만, 상무수치과 김수관 원장처럼 유산기부 보험을 통해 사후를 나눔으로 장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존중받는 노년, 의미 있는 황혼은 바로 이러한 나눔 속에서 이루어진다.


건강을 지키고, 꾸준히 배우며, 관계를 봉사와 나눔으로 확장할 때 노년은 또 하나의 전성기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눔이 있는 노년은 붉은 노을처럼 아름답게 물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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