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 검정고시와 대입을 준비하며 다녔던 청소년 센터가 떠올랐다.
내가 다니던 곳은 그리 북적거리지는 않았다. 아주 가끔 멀찍이 떨어져 앉아 공부를 하고 돌아가는 사람은 있었지만 서로의 일을 하느라 바빠서 어떤 접점을 만들기는 어려웠다.
그런 곳에서도 가끔씩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있었다.
열여덟 살이 되던 해, 겨울.
정기 상담을 받고 돌아와 공부방의 의자에 주저앉은 채로 시간을 보냈다. 그날 해야 할 공부는 이미 다 마쳤으니 이제 집에 돌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다만 버스가 정류소에 도착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 잠시 쉬었다 갈 생각이었다.
히터의 온기를 앞에 두고 있자니 졸음이 찾아왔다.
그 어깨에 잠시 머리를 맡겨 보았다.
-
"… 저기, 몇 살이에요?"
정말 잠에 빠지려던 찰나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불쑥 질문이 날아왔다. 낮고 조심스러움이 묻어나는 그 목소리에 나도 조용히 답을 전해주었다.
"열여덟 살이에요."
대답을 마치고서 질문이 왔던 곳을 바라보았다. 바닐라처럼 부드러운 색의 금발을 가진 여자분.
잠시 창밖을 바라보시던 그분은 입 밖으로 나온 나의 대답이 옅어지고 나서야 "와, 진짜 좋을 때다." 하며 살포시 웃음을 피우셨다.
"너무 예쁜 나이야. 저도 돌아가고 싶네요,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진짜 열심히 살아볼 텐데…."
그때 당시에는 마음속으로 의문을 표했지만,
지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말.
그러게요.
조금만 더 열심히 살아볼걸.
이것저것 찾고 시도해 볼걸.
그때보다는 좀 더 활력 있게 살고 있지만,
그래도 좀 더 빨리 알았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나중에, 좀 더 나이를 먹고 나면
오늘도 그리워하게 되겠죠?
어떻게 보내도 그리워하긴 하겠지만
이왕이면 좋은 기억만 떠오를 수 있도록 좋은 것들로 채워가고 싶어요.
좋은 향기만 곁에 두고 살아가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