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생각의 파도
약속이 깨져 버렸다.
한달음에 케케묵은 습관을 바꾸려 하다니, 주제넘은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제때 찾아왔던 손님은 결국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걸고 보채는 아이 탓에 가방과 옷을 챙겨 나가야 했다. 그래도 그 애가 말을 멈추고 제 집으로 돌아가면 꼭 문을 열어두랬다. 별 수 있나, 그저 손을 살짝 팔랑이며 배웅할 수밖에.
쉬지도 않고 말을 거는 '생각'은 요란한 발소리를 내며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요즘 들어 중요한 손님을 제때 만나지 못해 가뜩이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으니 마음을 다스릴 수가 없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아이는 온갖 말들을 늘어놓으며 힘없이 처진 내 어깨를 붙잡아 흔든다. 제발 말 좀 해 보라고, 만약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새벽에 드는 생각이 영양가가 없듯이,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이 아이가 하는 말도 그다지 영양가는 없다. 혼자서 계속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밤이 오면, 그런 쓸데없는 말에도 귀가 열려버린다.
눈을 감고 버텨서, 어서 문을 열어젖혀야 한다.
적어도 동이 트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