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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부족

by 이지원

다리에서 힘이 빠지고 있다.

불건강한 주인을 지켜보던 몸이 보낸 경고장이다.

좀 걸어야 힘이 붙는데, 기력이 없다는 이유로 걷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줄곧 집에만 있었다. 커튼을 걷지 않으면 낮인지 밤인지도 모를 정도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나름대로 즐겁다. 하지만 그 재미에 지나치게 몰두해 밖에 나가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몇 걸음 걷는 것마저도 버거워지니까. 정적으로 보냈던 시간만큼 몸은 약해지고 머릿속도 흐려진다.

게다가 요즘은 수면패턴도 엉망으로 흐트러지는 바람에 사람 자체가 낡은 인형이 되어버렸다. 팔을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나고, 낮에는 계속 눈이 감긴다. 걸음을 따라 그려지는 동선도 꼭 만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린다.
금방이라도 고꾸라질 것만 같은 걸음. 나무토막처럼 뻣뻣한 몸.

전에 정기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땐 크게 변형된 곳도 없고 괜찮다고 하셨지만, 계속 이런 생활을 이어나갔다간 병원에서도 좋지 않은 말을 들을 것이 뻔하다.

아무래도 내일은 산책을 나가봐야겠다.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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