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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우울 상점 04화

사탕과 초콜릿

by 이지원

어릴 땐 단것을 참 좋아했다.


아주 가끔 용돈을 받으면 마트로 달려가 판 초콜릿을 샀다. 지금은 한 손으로도 거뜬히 들고 가지만, 그때의 나에겐 한 손으로 들고 가기엔 조금 버거웠던 것.

계산이 끝나면 조심스러운 손길로 건네받아 1층 공동현관까지 들고 왔었다.


나는 매번 '집에 들어가서 먹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포장지를 뚫고 흘러나오던 달콤한 향기를 무시하지 못했다. 공동현관 구석에서 포장지를 아주 조금 벗겨 한 입,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또 한 입, 집까지 올라가면서 다시 한 입. 살짝 텁텁하고 씁쓸하면서도 부드러운 달콤함. 자꾸만 찾게 되는 맛.


녹은 초콜릿에 입가가 지저분해져도 마냥 좋았다. 단맛이 들어가니 어쩐지 기분도 들뜨는 느낌. 물론 부모님께서는 단것을 너무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고 매번 주의를 주셨지만, 이미 환상적인 단맛을 본 어린아이의 귀에 그 말이 들어갈 틈이라곤 없었다.


내가 사랑하는 단맛은 초콜릿뿐만이 아니라 사탕에도 듬뿍 들어 있었다. 보통 새콤달콤한 과일맛. 가끔 고깃집에 가면 놓여 있는 박하맛 사탕도 좋아했었다. 화한 맛이 매력적인 마름모꼴 박하사탕. 입안에서 열심히 굴리고 있으면, 사탕과 함께 시간이 함께 녹아내렸고 그 빈자리를 행복이 가득 채웠다.


이제는 사탕이나 초콜릿의 진한 단맛은 조금 멀리하게 됐지만, 그래도 단맛에 푹 빠져 지냈던 시절에 느낀 행복만은 아직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노을빛이 아롱거리는 우울상점에 피어난 것은, 사탕과 초콜릿으로 만든 예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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