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고양이 인형을 망가뜨렸다.
눈을 감을 때마다 몰려드는 생각 탓에 잠드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좋아하는 인형을 곁에 두고 자면 좀 나아질 것 같았다.
그러나 불안을 몰아내는 것에만 시선을 두던 나는, 열기에 약한 인형에게 덥게 달궈진 이불을 덮어주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밤이 저물고도 잠에 취해 뒤척이던 손끝이 인형의 얼굴을 스쳤을 때, 낯선 감촉이 느껴졌다. 짓눌린 털, 본드가 녹아 뻑뻑해진 곳. 퍼뜩 눈을 떴을 때, 인형의 왼쪽 눈은 텅 비어 있었다.
눈동자는 어디로 갔을까. 바닥을 더듬고 이불을 헤집어도 찾을 수 없었다. 본드에 겨우 붙어 있던 것이 한여름 햇볕처럼 뜨거운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버린 것이다. 하얗게 비어버린 인형의 왼쪽 눈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손을 댈 때마다 일을 자꾸만 망치는 것 같아서,
솔직해질 때마다 자꾸만 부서지는 것 같아서 두려웠다.
빈 흰자에 네임펜으로 새로운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 하지만 삐뚤빼뚤하고 거칠거칠한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원래의 또렷한 눈과는 달리, 금방이라도 지워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욕망이 지나치게 앞서면 꼭 이렇게 상처를 입히고 만다.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