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살다 보면, 살고 싶은 날이 올까?
사람으로 태어난 내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괴롭다면, 단단히 잘못 태어난 것 같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차에 몸을 싣고, 몸 옆에 오래된 퍼즐 같은 짐을 조각조각 끼워 맞추고서 도로를 달리고 있다.
두 눈을 위로 향하니 희끄무레 죽죽 한 하늘이 보여서,
거기에 머리부터 던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비가 오기 전에, 그 구름들에 새카맣게 때가 끼기 전에 돌아가고 싶었다.
그 무엇도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응, 그래도, 그럴 만한 기회가 주어져도 금붕어처럼 어항 안에서 우두망찰 헤엄이나 치는 인간이라,
결국은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 그럴 수가 없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물기 어린 사료를 먹으면서, 또 다른 벽에 머리가 부딪혀도 몸을 외틀기만 해.
그래도 그 눈이 아직 맑을 때, 도망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어디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