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따라다녔던 머릿속의 구름을 없앨 때가 왔다.
오래전, 학교를 그만두었을 때부터 나의 우울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돌이켜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쭉 죽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맑은 날은 분명히 있었으며, 그렇기에 꽤나 나쁘지 않은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가끔 과하게 가라앉을 뿐 나는 정말로 보통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손끝 하나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날이 이어지며 나는 슬슬 내가 남들과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주 사소한 자극에도 못 견디게 괴로워하는 날이 많아졌으며 어쩌다 기운이 나면 곧바로 몸에 상처를 내었다. 제대로 된 문장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두뇌가 둔해졌다. 그토록 좋아하던 풍경의 아름다움을 글 속에 담아낼 수가 없었다. 어떤 물건을 손에 쥐어도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그야말로, 숨만 간신히 쉬고 있는 듯한 느낌.
약물을 통해 치료를 한다고 해도 내가 과연 나아질 수 있을까. 부작용도 제각각이라, 누군가는 살이 찌고 누군가는 반대로 비쩍 마르기도 했다. 약의 효과가 사라지면 지금보다 배는 깊은 우울에 빠지게 된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의 손은 갈 곳을 잃고 말았다.
신기하게도, 몸이 아프면 곧바로 병원에 가서 약을 타 오면서도 마음이 아픈 것에 대해서는 무신경해지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의 의지만으로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나도 타인도 그렇게 생각하고야 마는 것이다.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그리 티가 나지 않기 때문일까. 그러나 새벽마다 팔과 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턱마저도 힘을 잃어 툭 벌어지는 것을 마주하면서도 나는 내가 게으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납처럼 무거운 팔과 다리가 그 자리에 딱 붙어 버려도 머리만은 먹장구름을 따르고 있어, 지속적으로 자신을 나무라고 다그쳤다.
맑은 날이 궁금했을 뿐이다.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밤마다 스스로를 탓하지 않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두꺼운 안개의 품에서 벗어나면 내 살에 와닿는 바람은 정말로 더 생생할지.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유월이 오면, 그때는 말이야.
먹장구름이 움직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