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단어를 사용해 문장을 적는 것이 어려웠다. 해야 할 모든 것들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여전히 사람의 눈은 무섭고, 음식이 입가에 묻어 번들거리는 것을 보는 것마저도 괴로웠다. 그래서 사람을 가까이 두지 않았다. 하나같이 끔찍한 얼굴이었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마저도 영락없는 사람의 것이라, 거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사람의 결핍은 언제나 목 안에 단단한 덩어리가 되어 엉켜 있었기에, 홀로 캄캄한 방에 틀어박혀 있을 적에는 언제나 사람을 상상했다. 마른 몸,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몸을 상상했다. 수명을 잃은 머리카락이 드글거리는 매트리스의 밑에서, 그 차가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의 몸이 태어나길 바랐다. 창백하고 매끄러운 살이 보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는데, 이곳의 언어도 아니고 이국의 언어도 아니었다. 다만 불을 켜지 않으면 계속해서 눈앞에 있었다. 새카만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사람의 몸이.
일주일을 짓이기며, 정말이지 모든 것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몇 명 분의 일을 전부 혼자 해야 했기 때문일까. 텁텁한 먼지를 뒤집어쓴 나와 남들은 확실히 달랐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이곳의 사람들은 전부 행복해 보였다. 밤이 되면 산책로를 걷는 연인이 있었고, 낮이 되면 자그마한 학교의 카페를 무리 지어 들르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손을 잡고, 살을 맞부딪히는, 익히 잘 아는 온기가 곳곳에 있어 괴로웠다. 뭐가 그렇게 행복해, 뭐가 그렇게 행복한 거야. 뭐가, 대체 뭐가 그렇게 행복한 거야.
젊고 높은 목소리가 귀를 뚫고 들어올 때마다 나는 손톱을 뜯었다. 싫었다. 모든 것을 밟아 뭉개고 싶었다. 미운 감정이었다. 그런 감정이 여러 형태로 입술을 비집고 밖으로 새어 나오려 해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박명이 다가올 때까지 노트북의 활자와 씨름을 할 때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람의 웃음소리가 자꾸만 귀에 박혔다. 싫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귀를 틀어막은 채로 몇십 분이나 버텼다.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한 시간쯤 잠에 빠져들면 사람의 살이, 다른 것의 숨이 느껴졌고, 당최 어느 나라의 말인지도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꽉 막힌 목의 틈으로 소리라도 질러보려 했으나 그것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토요일, 오늘 당장 죽어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며칠이고 씻지 못해 기름이 번들번들하게 배어 나오는 머리카락을 쓸다 욕실로 들어섰고 살이 벌겋게 익을 정도로 뜨거운 물에 스스로를 던졌다. 생각이 멈추지 않는 머리부터 붉게 익어버렸으면 했으나 그것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울음과 웃음이 뒤섞인 소리를 내뱉으며 이대로 죽어버리기를 바랐다. 그리고 몸에 파리가 들끓기 전에 어서 사람이 발견해 주기를.
그러나 내가 욕실에서 죽는 일 따위는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고, 삼십 분이 지난 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초여름의 습기가 들어찬 방에 젖은 몸을 디밀었다. 끔찍했다. 안구의 뒤쪽에서부터 묵직한 통증이 밀려들고, 며칠 동안 눌어붙어 있던 눈물이 조금씩 배어 나왔다. 나는 이번에도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기이한 소리를 내뱉었다. 초여름의 습기는 지칠 줄도 모르고 발목을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