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의 곁에 있기에는 너무 무른 사람일지도 몰라.
이틀 전에는 비쩍 마른 고양이를 안았다. 각진 조명을 꺼뜨리지 못한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그렇게 널브러져 있었는데 고양이가 찾아왔다. 그 애는 말이 없다. 그러나 확실한 답을 던진다. 누구보다도 살아 있는 사랑을 안겨준다. 미워하지 않아, 밀어내지도 않아. 내가 던진 질문에 언제나 단단하게 굳은, 확신에 찬 답을 안겨줘. 내가 먼저 죽지 않는 한, 우리에게 이별은 없고, 그 애가 먼저 죽지 않는 한, 우리에게 이별은 없다. 둘 사이를 갈라놓을 것은 죽음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찾아온 이별마저도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을 나는 기쁘게 여겼다.
아직 뜨거운 생명이 두 팔과 가슴에 끼얹어졌다.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영락없는 생명이 곁에 있었다.
조금은 눈물을 흘렸다. 그 무엇도 나를 깨우지 말았으면 했다. 팔에 닿은 온기는 사람의 품에 안겼을 때보다도 더 뜨거웠다. 그 애와 나를 갈라놓을 것은 죽음뿐이었다. 집을 떠난다거나 실망을 한다거나 하는 일도 없다. 내가 목을 죄어 가며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그 애는 나를 사랑한다.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끌어안은 채로 있고 싶었다. 그제 밤은 뜨거운 생명을 품은 채로 저물었다.
비슷한 생각을 품고서 삼 일 전에 작은 식물을 하나 들여왔는데, 새 학기가 시작되면 기숙사의 방 한편에 들여놓을 생각이었다.
어디가 좋을까, 베란다가 좋겠어. 창문을 한 번 거쳐 들어오는 초가을의 해를 먹고 너는 자라날 거야. 작은 화분에 담긴 흙을 움켜쥐면서 위로 자라나고 새 잎을 만들겠지. 너를 돌보다 보면, 나는 아마도 더 살고 싶어질 거야. 돌봐야 한다는 의무감이라도 먹으며 살아갈 거야. 옆사람이 떠나고 사람의 손이 내 손에서 거두어진대도 너는 나를 버리지 않을 거잖아. 언제까지나 거기에 있을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추한 몰골로 들어앉은 채 방문을 열지 않아도, 입술이 바짝 마르고 머리카락이 부스스하게 부풀어도, 너는 거기에 선 채로 이파리 끝을 붉게 물들이며 나를 보고 있겠지.
언제까지나 사랑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