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언제까지나

by 이지원

나는 사람의 곁에 있기에는 너무 무른 사람일지도 몰라.


이틀 전에는 비쩍 마른 고양이를 안았다. 각진 조명을 꺼뜨리지 못한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그렇게 널브러져 있었는데 고양이가 찾아왔다. 그 애는 말이 없다. 그러나 확실한 답을 던진다. 누구보다도 살아 있는 사랑을 안겨준다. 미워하지 않아, 밀어내지도 않아. 내가 던진 질문에 언제나 단단하게 굳은, 확신에 찬 답을 안겨줘. 내가 먼저 죽지 않는 한, 우리에게 이별은 없고, 그 애가 먼저 죽지 않는 한, 우리에게 이별은 없다. 둘 사이를 갈라놓을 것은 죽음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찾아온 이별마저도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을 나는 기쁘게 여겼다.


아직 뜨거운 생명이 두 팔과 가슴에 끼얹어졌다.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영락없는 생명이 곁에 있었다.

조금은 눈물을 흘렸다. 그 무엇도 나를 깨우지 말았으면 했다. 팔에 닿은 온기는 사람의 품에 안겼을 때보다도 더 뜨거웠다. 그 애와 나를 갈라놓을 것은 죽음뿐이었다. 집을 떠난다거나 실망을 한다거나 하는 일도 없다. 내가 목을 죄어 가며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그 애는 나를 사랑한다.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끌어안은 채로 있고 싶었다. 그제 밤은 뜨거운 생명을 품은 채로 저물었다.



비슷한 생각을 품고서 삼 일 전에 작은 식물을 하나 들여왔는데, 새 학기가 시작되면 기숙사의 방 한편에 들여놓을 생각이었다.

어디가 좋을까, 베란다가 좋겠어. 창문을 한 번 거쳐 들어오는 초가을의 해를 먹고 너는 자라날 거야. 작은 화분에 담긴 흙을 움켜쥐면서 위로 자라나고 새 잎을 만들겠지. 너를 돌보다 보면, 나는 아마도 더 살고 싶어질 거야. 돌봐야 한다는 의무감이라도 먹으며 살아갈 거야. 옆사람이 떠나고 사람의 손이 내 손에서 거두어진대도 너는 나를 버리지 않을 거잖아. 언제까지나 거기에 있을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추한 몰골로 들어앉은 채 방문을 열지 않아도, 입술이 바짝 마르고 머리카락이 부스스하게 부풀어도, 너는 거기에 선 채로 이파리 끝을 붉게 물들이며 나를 보고 있겠지.

언제까지나 사랑하겠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주 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