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다지 살고 싶지 않았다.
가슴 안쪽이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리고, 구역질이 나도록 화가 밀려들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몸이 한없이 작아져 나는 침대 한편에 웅크려 누웠다. 가장 뜨거웠던 곳이 차게 식었다.
나무라도 된 듯이, 짐승이라도 된 듯이 옷을 벗어던지면 좀 나을까. 혹시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날이 덥기 때문은 아닐까. 나의 얕은 추측은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무엇을 해도 몸의 더위가, 찌는 듯한 마음의 더위가 식지 않았다. 몸은 달아오르지만 마음이 식는다. 불안일까, 그저 화가 날 뿐인 걸까. 이유를 찾아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야만 지긋지긋한 심술이 사그라들 것만 같았다.
무슨 말을 바라는 거야?
나는 물었다. 어깨를 부여잡은 채로 묻고 묻고 또 물어도 답은 없었다. 끈적한 습기가 등에 옮겨 붙어 선풍기를 틀었다. 이제는 찬 바람이 싫었다. 홀로 누워 쉼 없이 운동을 해도, 눈을 감은 채 모든 것을 흘려보내도, 하다못해 드러누운 채로 잠을 자도 자꾸만 화가 치밀었다. 가슴은 빠르게 뛴다. 차라리 사랑이라도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지금 나에게는 사랑도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살에 텁텁한 바람이 닿는 것마저도 싫었다. 그럴듯한 직업이 없는 것도 싫었다. 언제나처럼, 돈을 조금이라도 벌면 이 모든 것들이 사그라들지 않을까 하고 바랐다. 먹고 싶은 것을 먹든, 하고 싶은 것을 하든, 돈은 자유를 주지 않는가.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다 결국 내가 너무나도 속물이 된 것만 같아 눈을 감은 채로 돌아누웠다.
사실 내가 바라는 것은 말이지.
파랗게 움이 트는 마음을 눌렀다. 사랑을 받고 싶었다. 지긋지긋하게, 살이 닿는 것.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떠나지 않는, 정말 사람과 사람이 마주 본 채로 나누는 것. 눈에 눈을 담을 수 있는 것. 팔과 팔을 감아낼 수 있는 것. 영원히 이어지는 것. 그러나 그마저도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나는 조금 절망했다. 네 발로 걷는 동물과 천천히 자라는 식물을 돌보는 것에도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은 사랑이 없으면 살 수가 없는데, 최소한의 여유가 있어야만 그것이 계속 이어진다. 돈이 없으면 나와 나의 사랑은 굶어 죽고 만다.
나는 뭐든 할 수 있는데. 호기롭게 말은 하지만 사실 용기가 없었다. 무서웠다. 차라리 굶어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것을 감히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나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내가 하는 모든 일은 가치가 없었다. 남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부품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너무 과한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리 욕심을 부리면서도 차마 남의 부품이 되고 싶지는 않다.
살면서 무엇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걸까.
그래야만 나를 살려낼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