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참 잘 보냈어. 고생했어.
잠들기 전에는 눈을 감고 명상을 한다. 빛과 소리가 저무는 밤에는 이런저런 걱정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참 잘 보냈어.', '고생했어.' 같이 보드라운 생각만 하면 좋을 텐데, 아직은 스스로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어색하다. 남이라 생각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건넬 수 있는 말인데.
가끔은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하지만, 더 이상 나를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왜 나는 내게 따뜻한 말 한마디도 못 건네지?'라는 물음은 이제 접어둘 것이다. 혼자서 하는 것이 어색하다면, 누군가와 함께 하면 된다. 그것마저도 낯간지럽다면, 먼저 부정적인 생각을 잠시 재워줄 수 있는 방법을 쓰면 된다.
명상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걱정을 달랠 요람이었다. 나는 이제껏 이런저런 생각을 굴리며, 숨과 몸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손끝, 발끝, 다리, 코를 통해 드나드는 공기의 움직임을 당연하게 여겼다.
모든 것이 잦아드는 밤에는 온전히 몸과 마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잠자리에 누우면 명상 어플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재생하고, 가이드 음성에 따라 나의 숨과 몸을 살폈다. 때때로 몸에 힘을 주었다 풀기도 했다. 긴 숨을 내쉬며 침대 안쪽으로 몸이 푹 빠져드는 상상을 하다 보면, 걱정과 불안을 몰아낼 수 있었다.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은 일을 힘들여 생각할 필요도 없었고, 눈을 치켜뜬 채로 허공을 응시할 필요도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악몽도 잘 꾸지 않게 되었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언젠가는 나에게 부드러운 말도 망설임 없이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챙기고 살피다 보면, 나는 그 누구보다도 믿고 기댈 수 있는 진정한 내 편이 되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