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지극히 일시적인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는 것도 사람의 마음도 거기서 거기인 것을 안다. 타오르다 꺼질 것도 알고 무언가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꽤 전에 들었던 말이다. 영원하지 않다는 말.
색이 빠져가는 것을 느낀다. 바라보는 사물이나 풍경에서 색이 빠져 흐려지는 것을 보았고, 어느 순간 그게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알고는 딱히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 누구나 떠나가고 사라지다 다시 채워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특별하다는 말도 사실 샛별처럼 떠오르다 질 말이다. 아주 잠시 동안 그 안에 고인 마음을 보고 살아가는 것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나 봐.
믿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내심 방어적으로 나서기도 한다. 나를 어떤 방해물로 생각하고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뭘 해도 방해가 되는 사람. 어딘가에 손을 뻗으면 기필코 망가뜨리고야 마는 사람. 유리컵을 깨뜨렸을 때 그랬고 체육시간에 점수를 따지 못했을 때 그런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이쪽으로 와도 된다는 말을 들어도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 그래도 나름의 이유가 있긴 하다. 저렇게 말해도 언제 걷어차일지 모르니까.
생각이 많고 답답하다. 밖으로는 그래도 둥근 사람으로 보이는 듯하다. 이렇게 예민하고 멍청한 머리 위에 어울리지 않게 예쁜 리본을 묶는다. 그런데 그런 예쁜 리본이 결국 답답해지기도 하는가 보다. 답답하다는 말도 듣고 바보 같다는 말도 듣고 별 말을 다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성질머리를 다 드러낸 채로 살기엔 마음이 불편해 그냥 이렇게 살고 있다. 예민함을 터뜨리지도 못하고 그냥 살고만 있다. 하나하나 다 터뜨리다가는 욕만 푸지게 얻어먹고 곤두박질치고 말 것이다.
글쎄, 이대로 살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살아가는 것 같다.
단순하게 살 수만 있다면 정말 행복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