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성탄절이 다시 찾아왔다.
일 년을 돌았다. 연말. 봄 여름 가을을 지나 새 겨울과 손을 잡았다. 이제 정말 한 해의 끄트머리에 서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크리스마스 이브라며 떠들썩할 때도 그냥 누워서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별로 한 것도 없이 해가 저물었다. 먹고, 자고, 그게 끝이었다.
어른이 되면 성탄절은 선물을 받는 날이 아니라 그냥 쉬는 날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게. 크리스마스 새벽에는 어쩐지 공기도 더 새롭게 느껴졌는데. 머리맡에 놓인 선물이 주는 두근거림이 좋았는데, 머리가 좀 크고 나니 이제는 그런 커다란 이벤트는 없다. 새로운 걸 더 갖지 말고 주변에 있는 선물을 잘 돌보라는 뜻인가 보다.
그리 생각하면 장난감을 받던 어릴 적보다 지금이 더 좋다. 산타도 주지 못하는 선물을 나는 이미 가졌으니까. 그것도 크리스마스 전부터 쭉 함께해 왔으니까.
또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도,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열심히 궁리할 마음이 생기고 있는 것도, 성탄절 전에 받은 소중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10년 단위로 끊어 가며 도망칠 생각만 하던 내가 처음으로 어떤 것에 부딪히기로 마음을 먹고 있으니까. 사람이 싫다고 무작정 피하기만 했던 내가 사람 속에 섞이게 되고, 부딪히는 것을 무서워했던 내가 무엇이든 부딪혀보려고 하고, 하루를 버틴 것에 씁쓸함을 느끼지 않고 안도하게 되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그런 걸 보면 아직 더 살아갈 운명인가 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은 무언가를 해내고 단단한 어른으로 잘 자라날 수 있을 것 같다. 그 누구도 확답을 해주진 않았지만 나는 왠지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돌고 돌아 성탄절이 다시 찾아온 것처럼, 나도 세상을 돌고 돌다 보면 더 단단한 내가 되어 있겠지.
그러니, 걱정은 내려놓고 행복하게 성탄절을 맞이해야지.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