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사람

by 이지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든 나날을 보내다 겨우 깨어났다.

손 아래에 놓인 자판이 이렇게 무거웠던 적이 없다. 정기 연재일은 자꾸 빗겨나가고 있는데 머리가 안 돌아간다. 간단한 대화문을 쓰는 것도 힘들 정도로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며칠간 멈춰 있었고 나에게서 태어난 둘은 다시 멈추어 버렸다. 표현하는 것도 글로 적어 내려가는 것도 힘겹다. 그러니까 지금 쓰고 있는 글도 아마 제대로 말이 되지는 않겠다. 뻣뻣하고 난해한 글, 보기에만 그럴듯한 종이뭉치.


전에 여행을 가겠다고 했었던가?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겠다 했었지. 그런데 가족끼리 얼굴 보러 떠나는 여행도 힘들어지고 말았다. 기력이 쭉 빠져버리고 말았다. 물끄러미 천장만 보며 누워있던 나를 몇 번이나 깨우던 부모님은 끝내 집을 나섰고 웬일로 오빠가 밥을 함께 먹자며 말을 걸어왔다. 오래간만에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음식을 먹었고 그러고 나서 그냥 누워 있었다.


누구에게나 짐이 된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어린것도 아니고 다 큰 사람이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게으르게 누워 있는 꼴을 보니 역겹기 그지없었다. 좋은 점이라고는 하나 없는 멍청이가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런 신세가 한심해 눈물이 배어 나왔지만 끌어안을 것도 없었다. 어릴 적에는 덩치 큰 고양이라도 안고 울었는데 이제는 그 고양이도 하늘에 갔고 남은 고양이 한 마리도 아파서, 우리는 모두 아파서 안을 수가 없다. 살살 안고 눈물은 혼자 닦을 수밖에.


바퀴벌레와 다를 것이 없었다.

아니, 바퀴벌레는 움직이기라도 하지. 지금 이 안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 하나는 움직이지도 않고 몇 날 며칠을 천장만 보고 누워있다. 살은 찌고 있는데 무언가를 할 기력이 없다. 그래도 살아야 하는 것을 알고 언젠가 혼자 밥벌이를 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어서 이렇게 공기를 빨아먹어 가며 살 수밖에는 없다. 하얀 천장이나 보고 살라고 낳아주신 것이 아닐 텐데 말이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내가 사는 의미를 알 수가 없어서,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는 머리를 굴리고 그냥 한숨이나 푹푹 쉬다가 푸르죽죽한 밤이 머리를 디밀면 그대로 홀로 누워 잠이 들고 만다.


사는 건 축복이랬다. 슬픈 일이 가득한 지구에 살면서 차마 그 말을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삶은 축복이 맞다.

그러나 그 축복이 모습을 보이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아서 내가 본 게 정말 내 삶의 이유가 맞는지 눈을 의심하게 되기도 하더라. 삶은 계속 변하고 새로운 것이 피고 지기에 원래 알던 것이 낡아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그나마 있는 행복이라도 영원하길 바랄 수밖에.


그럴 수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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