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by 이지원

무서울 정도로 시간이 흐른다.


그만 멈추고 싶으면서도 나는 절대 내가 원하는 날에 시계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지구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사람인 것만 같다.

그러니까, 세상에서 원하는 사람은 잘 힘을 합치고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지 않는가.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그런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쪽에서 같은 반 아이들이 공기놀이를 하거나 퍼즐을 맞추고 있거나 하면 그저 구석에서 아무 책이나 지겹게 읽고 있는 사람이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학교를 그만뒀을 때부터 사람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래도 마음과는 다르게 본능적인 고립감을 느끼는 것은 똑같았다. 그때 나는 나름의 절충안으로 휴대폰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을 통해 그나마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래 학생을 만날 길이 없었으니까.


다만 이 관계 또한 얼마 가지 않아 잘려나가고 서로서로 솎아내기를 반복했다. 얼굴이 보이지 않고 만나지도 않는데 살고 있는 나라까지 다르니 장기적으로 관계를 이어나가기도 쉽지 않았다. 당일치기 친구, 길면 두 달. 그러고 나면 어느 순간 정리가 된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우리는 휴대폰 밖의 현실을 살아나갔다.

몇 년 동안 그런 관계에 익숙해져 있었다. 쭉 친하게 지내자는 인사치레와 같은 말은 두 달 정도 지나고 나면 산산이 흩어졌다. 기간제 친구와 같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온라인에서 만난 누군가를 오프라인의 친구보다 신경 쓰기는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들어 솎아내지는 것도 이해했고 관계가 오래갈 것이라는 기대도 그다지 하지 않고 살았다. 지금 인사를 나누고 있어도 얼마 뒤면 사라질 것을 알았다. 추억을 쌓자는 말도 언젠가 만나자는 말도 정말 눈앞에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괜찮았다. 억지로 끌어내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어 버렸기에 그런 인사치레의 말에도 그다지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다만 슬프게도 철저하게 개인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정말, 지구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좁디좁은 혼자만의 마음 어딘가에 믿을 수 있는 사람만을 들이게 된 나는 아마도 세상이 원하는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원할 때 지구 어딘가에서 사라질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시계가 멈출 때가 되어서야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 이렇게 이도저도 아닌 삶을 뚝뚝 흘려 가며 살아갈 수밖에는 없다.


이대로 살더라도 쓸모는 있었으면.

자기 목숨을 스스로 연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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