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왜 이리 서두를까
모두가 죽음을 향해 내달린다
한시라도 그 끝을 보고 싶다는 듯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상상은
잠시 제쳐둔 채로
우리는 내달린다
속도를 내는 법은 배웠지만
멈추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조금 느려지면
무언가가 나를 놓고 혼자서 갈까 두려워
다시 숨을 헐떡이며 달린다
호흡은 점점 가빠지고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누구를 위해서인지도 모른 채
우리는 그렇게 내달린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저 한 발자국 멈춰 서고 싶다
길가에 핀 작은 들꽃을 들여다 보고
바람에 실린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다
그리고 문득
나는 왜 달리고 있을까 하는
의미 없는 그 물음을 꺼내보고 싶다
그러나 곧 나는
귀를 막고
눈을 감고
다시 달린다
죽음을 향해서
마치 멈추면 죽을 것처럼
마치 계속 내달리면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처럼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은
마치 허구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