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통이의 하루|자율신경 기능의학이란 - 6편
*소설: 섬유근육통 환자의 치유 성장기입니다. 근통이의 하루 6편 - 자율신경 기능의학에 대해 알아보다
'섬유근육통'을 통해 '자율신경 기능의학'에 대해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의 지속 가능한 건강을 기원합니다.
불편한 증상들 때문에 왔는데 내버리고 시작하라니...
'무슨 사자 풀 뜯어먹는 소리란 말인가! 흠... 그럼 뻔하디 뻔한 소리는 아니겠구나!'
병원을 가면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진료실에 앉아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있다 보면 이게 내 이야기인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지 헷갈리기까지 하다.
그리고는 '약 처방해 드릴 테니 두고 봅시다', '일단 지켜봅시다.', '6개월 있다가 다시 검사해봅시다.'와 같은 예고편만 잠깐 봐도 결말이 뻔한 허무한 스토리로 끝나버리고 만다.
이미 나의 섬유근육통 스토리에 갈등과 복선은 충분히 드러났다.
그리고 나는 고통스럽고 공포스러운 현실에 너무나도 몰입되어 있고 소름 끼치는 긴장감은 극을 치닫고 있다.
이제는 영화 식스센스를 능가하는 대반전이 이제는 올 차례이다.
다만 '충격, 소름, 공포'의 반전이 아닌,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부활과 같은 반전의 반전이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아름다운 이별'과 같은 말장난은 나에게는 필요 없다.
“자 검사 결과를 설명하기 전에 섬유근육통이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무엇을 치료해야 할지를 같이 생각해 봅시다. 자율신경 기능의학적인 관점으로 따라와 보세요.
지금 느끼고 있는 전신을 돌아다니며 고통스럽게 하는 통증, 브레인포그라고 표현하는 머리가 멍하고 집중력이 떨어진 증상, 과민해진 방광, 장 문제 등은 단지 드러나 보이는 현상일 뿐입니다.”
오늘도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들어오면서 화장실 위치부터 확인했는데 이게 장문제, 방광 문제가 아니라니 병원을 제대로 찾아온 게 맞나라는 의심에 무의식적으로 진료실을 둘러보며 명찰에 '의사'라고 적혀있는지 곁눈질해 확인해본다.
'병원은 맞는데 정신과인가? 또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려나?'
“예를 들어 봅시다.
우리 학생 때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 배운 적 있으시죠?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를 들어 ‘실재’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멀리서 불빛이 타오르고 있는 동굴 앞에 서있는 인간들은 그 불빛에 비쳐 동굴벽에 만들어진 그림자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 그림자는 결코 ‘실재’가 아닙니다. 허상일 뿐이지요.
마찬가지로 우리 몸에서 느껴지는 증상들은 외부적, 내부적으로 들어오는 여러 가지 정보가 논리회로인 신경시스템에서 가공되어 출력의 형태로 만들어진 결괏값일 뿐입니다.
그래서 드러난 증상(허상)들만을 쫓다 보면 결코 해결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동굴벽에 아른거리는 그림자만 좇아서는 아무것도 될 수가 없습니다.
실체가 움직여야 합니다.
예측할 수 없이 휘날리는 깃발을 멈추기 위해서는 깃발을 어렵사리 잡고 있는다고 멈출 수 없습니다.
바람이 멈춰야 끝이 납니다.
우리 몸 자체는 여러 가지 함수 function의 종합판입니다.
y=ax+b와 같은 수학의 함수를 생각해보세요.
x라는 인풋 input이 되면 함수 function를 통과해서 y라는 아웃풋 output이 나옵니다.
밥은 먹으면 함수를 통과해서 똥이 나오는 것과 원리가 같습니다.
그런데 설사나 변비처럼 똥에 해당하는 아웃풋 문제가 있을 때 어떻게 하지요?
결괏값인 똥을 어떻게 해보려고 약을 쓰는 게 대부분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해도 좋아지는 사람은 회복력이 충분히 유지되는 경우에는 가능합니다.
실제로 회복력만 충분하다면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잘 먹고, 잘자면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졌을 겁니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식적으로만 봐도 아웃풋만 바라볼게 아니라, 인풋 input을 조절하거나 함수 function를 점검해서 바꿔줘야 합니다.
죽, 식재료를 바꾸거나 식재료가 소화 흡수 가공되는 과정에서의 문제를 점검하고 해결해주는 것이 예쁜 똥을 잘 싸게 되는 바른 방법이지 않나요!"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머리를 한방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다.
아쉽게도 나의 건강을 향한 역사는 증상만을 따라가는 허상만을 쫓아왔었다.
유명하다는 병원이나 한의원을 찾아가 문제가 없으니 다른 병원이나 전문과를 안내해주고, 거기서도 우리 과에서는 정상이라고 다른 곳을 가보라고 떠미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길을 터덕터덕 걸어온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아프다고, 불편하다고 변죽만 울렸던 것이다.
좀 더 그럴듯한 치료법을 상상했었고 찾아 헤맸다.
하버드대학교에 가면 특별한 해결책이 있을지 모른다고 상상해왔었다.
한때 유행했던 식단법, 시술, 출처도 모르고 이상한 냄새마저 풍기는 약초 신성한 약초 따위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근거 없는 희망은 결국 실망으로 이어지고 희망이 사라지만 전보다 더 크게 낙담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울, 고독, 분노, 슬픔의 형태로 변신을 한다.
복합적인 슬픔의 종착지는 결국 죄책감이다.
나는 죄인이 돼버린다.
죄목 없이 무기형을 선고받은 이 고통의 문제를 시작했던 곳에서 끝맺게 해야 한다.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
"근통씨에게 중요한 질문을 드려볼게요. 북극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파산하고 있다고 해요. 북극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잘못인가요?"
갑자기 무슨 북극의 어업 이야기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죠."
"북극의 어업이 망하는 이유는 극지방 바다 생태계가 바뀌었기 때문이래요.
그런데 여기서 한번 생각해봅시다.
왜 바다 생태계가 바뀌었을까요?
바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빙하가 녹고 해양의 산성화로 인해 생태계가 무너져서겠죠.
그런데 수온을 북극이 올렸나요?
아닙니다. 전 지구적인 많은 요소들이 합쳐져 지구온난화를 만들고 이로 인해 수온의 변화, 해양 생태계의 변화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북극의 어업이 망해간 거죠.
이런 이유로 북극을 원상태로 복구하려면 전지구가 움직이지 않고는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즉, 개인, 사회, 국가, 지구, 우주까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전체'가 함께 움직이고 있지 결코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전체는 부분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 - 베트하이머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더 크다. - 아리스토텔레스
"우리 몸에서도 똑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인간을 기계의 부품처럼 설명하게 됩니다.
사실 기계는 부품을 다 합치면 완성품이 만들어집니다.
자동차의 바퀴, 핸들, 엔진, 차체 등을 모아 잘 조립하면 씽씽 달리는 자동차가 됩니다.
그러나 인간은 다릅니다.
심장, 폐, 뇌, 신경, 장, 팔, 다리, 머리 등을 모아 붙인다고 해서 생명을 가진 인간은 결코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체는 부분의 합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되죠.
그리고 전체가 움직입니다.
심장 따로, 호흡 따로, 장따로, 뇌 따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심혈관계, 호흡계, 뇌신경계, 소화기계 등으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시스템을 분류해 마치 칸칸이 떨어져 있는 객차들이 연결되어 있는 기차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우리 몸은 끊임없이 연결되어 밀려들고 나가는 파도와 같습니다.
멈추지 않습니다. 끊김이 있으면 죽는 것입니다. 멈추면 죽는 것입니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잔잔한 파도이지만 바람이 불편 파도가 거칠어지고 더 심한 경우 쓰나미와 같은 대재앙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언제가 TV에서 보았던 원양어선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번 조업을 1년에 2번 입항하는 게 많을 정도로, 한번 나가면 2년은 바다에서 보낸다는 원양어선 사나이들의 이야기 말이다.
집채만 한 파도가 배위를 덮치지만, 그 아슬아슬함 속에서 악을 쓰며 그물당기기를 한다.
갑판을 진동하는 로프를 잡아당기는 쇠를 긁는 소음과 선원들의 아우성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이러기를 하루에 대 여섯 번 정해진 출퇴근도 휴식시간도 없다.
지치고 날카로워진 선원들 사이의 날 선 갈등이 거울을 뒤집은 듯 나의 내면에 생생하게 투영된다.
나에게도 망망한 수평선 위로 퍼지는 황금빛 햇살이 펄펄 살아 넘치는, 부드럽게 일렁이는 아침 바다가 찾아올 것인가...
"달리기만 해 봐도 우리는 전체가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달리기를 하려고 발을 떼는 순간 팔다리, 심장, 호흡이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저절로 전신의 근육이 각각 자기 할 일을 하고, 심장은 적절하게 빠르고 강하게 뿜어대며, 호흡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고, 전신의 혈관의 직경을 조율하여 재분배하며, 피부를 통해 발생된 열을 배출하려 땀을 냅니다.
부분 부분이 아닌 전체가 한 번에 움직이는 모습이죠.
그래서 두통, 수족냉증, 장문제 등 현재 각각의 부분에 해당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증상들은, 부분의 문제가 아닌 전체의 문제로 바라봐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근통씨! 질문하나 드리기 전에 정리 한번 해봅시다.
자! 우리 몸은 수학의 함수처럼 아웃풋의 문제가 있다면, 반대로 인풋(입력값)과 함수(논리회로)를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몸은 전체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부분의 문제로 드러나는 증상 또한 전체의 문제가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부분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움직여야 한다.
잘 따라오셨습니다.
자! 이어서 중요한 질문드립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그 위치에서 반복되는 증상이 나타날까요?
예를 들면, 똑같은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누구는 가볍게, 누구는 입원할 정도로 심하게 겪기도 하고, 누구는 몸살감기, 누구는 기침 가래, 누구는 장염 등 사람마다 증상이 다른 이유가 뭘까요?
힌트는 학창 시절에 있어요!"
면역력이 떨어져서일까?
기가 허해서 문제가 생긴 걸까?
그렇다면 왜 면역력을 떨어지고 기가 허해졌을까?
기가 허해지면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은 증상들로 고통받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오리무중이다.
근통이는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았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이유 없이 혼날 때가 종종 있다.
하루 중에도 오전 오후반이 나뉘어 있을 정도로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끊이지 않았고 그 때문에 즐겁고 행복한 기억도 많지만 혼나기도 많이 했었다.
참새떼처럼 처음에는 한쪽에서 소곤소곤 시작된 잡담이 전 교실에 전염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점점 데시벨을 높이기 시작하면 급기야 장날 시장통처럼 시끌벅적해지고, 선생님의 불호령이 내리고서야 일제히 조용해진다.
도난사고라도 생기는 날은 시장통 같던 교실에 일제히 적막감이 돈다.
그리고는 범인이 스스로 나올 때까지 단체기합이 시작된다.
누구 하나가 잘못했지만 다 같이 벌을 받는 것이다.
그러다 버티다 못해 쓰러지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친구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렇다고 먼저 쓰러진 친구가 범인은 결코 아니다.
맞다! 우리 몸에서도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입력이 되면 출력이 되고 전체가 움직인다.
아무리 부분에 해당하는 각 기관의 잘못이더라도 우리 몸에서는 전체가 기합을 받듯이 전체가 악영향을 받는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르면 범인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제일 취약한 곳, 과거로 반복돼 오면서 문제가 발생한 곳부터 증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결국 주렁주렁 불편한 증상들이 고구마 줄기 엮이듯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불편한 증상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 해결책을 찾기 힘든 것이다.
불편한 증상에 따라 각각의 전문과 병원들을 좇아 다니다 보면 남는 것은 누더기식 처방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근통씨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거의 막장이지 않기만을 바래본다.
만화영화를 보면 주인공들끼리 쫓고 쫓기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우스꽝스러운 추격전에는 패턴이 있다.
절벽까지 쫓긴 주인공은 절벽 끝자락 전에 깨닫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절벽을 지나 허공을 한참 달린 후 뒤늦게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다.
그러고 나서는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하며, 완충장치 하나 없는 큰 충격을 받게 되는 패턴이다.
지금까지의 변화 없는 삶이라면 근통씨 앞에 놓일 건강미래는 이와 꼭 닮아 있을 것이다.
바다에 빠졌다고 죽는 게 아니다.
물속에서 나오지 않아서 죽는 것이다.
생존수영을 모르니 제풀에 지쳐 침몰하기 십상이다.
인생은 바다에 비유한다.
파도가 얼마나 치는지, 물의 온도는 얼마인지, 얼마나 깊은지 알지 못하면 두렵고 금방 지쳐 쓰러져버린다.
근통씨는 그녀의 행복한 건강 인생을 위해 제대로 된 기능의학을 입문한 듯하다.
근통씨는 분명 반전을 바란다고 했다.
성공은 실패에서 나오고 반전은 도전에서 나온다.
그런데 근통씨는 무엇에 도전해야 할까?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자율신경 기능의학이란 2편 WHY
방문객 - 정현종 (시집 | 광휘의 속삭임, 문학과 지성사, 2008)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낼 수 있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2편 섬유근육통 | 장장 7년의 세월이다. - 근통이의 하루 2편
6편 근통이의 하루 | 자율신경 기능의학이란 IN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