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를 안은 젊은 부부의 뒷모습
도시의 하루가 저문다. 묵직한 회색 공기가 대지에 자욱이 스며들면, 버스 정류장에는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총총히 모여든다. 퇴근길 버스 안은 대체로 활기를 잃은 모습이다. 버스 손잡이에 의지한 채 마른 줄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들과 물끄러미 창밖을 응시하며 밀려드는 고단한 졸음에 자울거리는 사람들.
내 나이 싱그러움이 사라진 노처녀 때였다. 일과 사람에 치여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이 삭막했다. 특별한 취미도 없었기에 삶을 멋있게 즐기는 법도 몰랐다. 그나마 가끔 만나 수다를 떨던 친구들마저 하나둘씩 결혼을 하며 떠나자, 나만 순리에 뒤처진 채 나이만 먹는 것 같아 가끔은 뭔지 모를 불안이 엄습하곤 했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길의 인파에 치였지만 그 많은 군중 속에 섞이지 못하는 나는 혼자였다. 버스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았다. 시선을 돌린 차창에는 윤기라곤 하나 없는 부석거리는 얼굴 하나가 우두커니 무표정하게 어른거린다. 시들어 버린 나를 망연히 바라본다.
버스가 종착지를 향해 중간쯤 가면 어느 정도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가 앉을자리가 생긴다. 나는 빈자리에 철썩 주저앉으며 하루를 살아내느라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푹 꺼져버린 의자에 기댄 채 잠시나마 편한 휴식을 가진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내리는 한 남자가 있다. 정류소에는 한 여자가 마중 나와 있다. 여자는 양손에 작은 포대기를 감싸 안은 모습이다. 품 안으로 바짝 끌어안은 걸로 보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갓난아이 같다. 남자는 버스에서 내려 여자에게 다가간 후 아무런 말도 없이 여자가 품고 있는 포대기를 손으로 살짝 들춰 갓난아기를 들여다본다. 잠시 아기와 눈을 맞춘 두 사람은 등을 보이며 나란히 골목길로 들어간다.
늦가을 설핏한 빛이 따뜻한 보금자리로 향하고 있는 그들의 뒷모습을 적시고 있었다. 남자는 도톰한 잠바를 입었고 여자는 발목까지 오는 긴치마에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버스는 새로운 승객을 태우고 땅거미가 어렴풋이 스며드는 잿빛 건물 사이를 헤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차창 바짝 얼굴을 붙이고 그들의 실루엣이 점점 작아져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 사라질 때까지 놓치지 않았다.
핸드폰마저 없던 시절이었다. 때문에 나의 귀와 눈은 바깥으로 열려 있었는지 모른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두 눈에 담겨 나도 모르게 내면 깊은 곳 어딘가에 저장되었으리라.
몇 년 뒤, 나는 삼십 중반을 바라보는 늦은 나이에 결혼했고 자연스레 가족이 생겼다. 나만의 울타리 안에서 감정을 교류하며 함께 시간을 나누는 특별한 존재. 그 소중함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뿌듯한 충만감이 인다. 혼자일 때에 비하면 큰 축복이기에 매 순간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가족이라는 단어를 떠 올리면 함께 그림처럼 따라오는 이미지가 있다. 으스름이 깔릴 무렵, 스산한 바람이 나뒹구는 골목에서 애기를 품에 안은 채 걸어가던 어느 젊은 부부의 뒷모습. 그들의 등 뒤로 늦가을 남은 햇살이 내려앉던, 내 가슴 한 곳에 따뜻한 불이 켜졌던 그날. 그 한 장의 그림. 나의 기억은 가끔 그날을 떠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