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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Mar 01. 2021

경험에 따라 눈의 빛깔은 다르다.

2014년 2월의 경험이 만들어 냄

봄의 등장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내가 사는 이 동네는 3월에 폭설이 내리는 이상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작년에는 무난히 넘어가는 것 같더니 올해는 어김없이 눈이 쏟아진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입학과 개학을 앞두고 말이다.

2021. 3. 1 내리는 눈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눈이 나에게는 골치 아픈 걱정거리로 남게 된 이유가 있다.

이걸 눈에 대한 경험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륙 지방에 살다가 강원도로 첫 발령을 받고 종종 만난 눈은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이렇게 세상이 하얗게 변한 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나에게는 귀한 경험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눈은 나에게 설렘을 가져다주는 그런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하지만...

2014년 2월 11일 지금도 나의 카스에 기록되어 있는 그날....

그해 겨울은 정말 징글징글하게 눈이 내렸다.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 옆으로 60센티 이상 눈이 쌓였던 그해

아이를 태우고 속초에서 양양으로 출퇴근하는 길은 정말 달콤 비스름한 것도 느낄 수 없는 쓴맛의 나날이었다. 이 동네의 눈의 위력을 감지할 수 없었던 내륙의 여인네는 눈길 운전을 시도했다가 차가 언덕에서 마구 돌아 버렸던 아찔한 기억으로 그날 출근해서 선생님들 앞에서 엉엉 울 수밖에 없었다. 어느 누구도 나와 딸아이를 도와줄 수 없는 이 동네가  낯설고 서글프게만 느껴졌던 그 기억은 결국 눈물이 콧물로 번지게 만들어 버리는 슬픈 상황이 되어 버렸다.


여기서 남편 욕을 또 한편 해야 되는 게 그해 눈 내리지 않는 동네에서 근무하고 있던 남편은 체인을 12만 원에 감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비싼 거 같다고 슬쩍 한 마디를 던졌다가 나에게 욕은 한바가지 얻어 먹었다. 그때 그 한 마디에 " 니 새끼랑 나랑 죽게 생겼는데 돈 12만 원이 문제냐고."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끊으면서 얼마나 욕을 했던지.... 이 글을 쓰는 동안도 욕이 나온다.


그렇게 아찔했던 출근길.. 작은 학교에 있는 마음 좋은 선생님들은 나라는 사람이 참 안쓰러웠나 보다. 특히 아직도 감사한 그 샘... 그때는 젊디젊은 총각 선생님이었는데... 속초에 사는 선생님들을 다 태워서 눈길 출퇴근을 시켜줬다. 나뿐만 아니라 딸아이 어린이집까지 태워줬던 그 샘은... 나에게는 여전히 눈 오는 날 생각나는 사람이다. 가끔 아주 가끔 안부를 전하지만 그렇게 도움을 받았던 이들은 평생 잊지 못하고 마음에 남아 있다.


그렇게 눈 오는 날은 나에게 눈물, 콧물을 뺀 기억으로 남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 눈 오는 날은 창밖을 내다보며 한숨을 쉬며 출퇴근을 걱정하게 만드는 그런 것이 되어버렸다. 오늘도 쉼 없이 내리는 눈이 반갑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나의 친한 동료들이 내일 개학을 앞두고 창밖을 내다보고 출퇴근을 걱정하고 있을 생각을 하니 이제 그만 내렸으면 좋겠는데 계속해서 안전 문자가 오고 있다. 대설주의보를 알리는...


사람에게 경험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눈은 나에게는 불편함, 공포스러움으로 남아 제 빛깔을 내지 못하고 있다.

눈 내리는 날 추억이 아름다웠다면 눈 오는 날만 기다리는 소녀의 마음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눈을 만끽하고 있었을 텐데.. 아쉽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40대 아줌마로 눈을 바라보고 있다.

그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눈이여..


나의 동료들이 3월의 시작을 평화롭게 할 수 있도록

나의 첫째가 기다리는 개학날, 나의 둘째의 초등학교 입학이 평화롭게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여기까지 내리면 될 듯하오. 고만 그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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