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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응급 Aug 28. 2022

S1. 코로나일지

#16. 그래서 감염이 되는거야 아니야

 #. 2022년 01월


 2022년 다시 한번 새해가 밝았다. 이제 하루에 확진자가 몇 천명 나오는 게 우스웠다. 어느 날은 확진자가 하루 6천 여 명이라고 매스컴을 탔는데도 내 마음은 맹맹했다. 일단 3월을 기점으로 대학 병원을 나가기로해서 한결 여유있어진 것도 큰 몫했지만, 일단 6천 명이 진짜 6천 명이 아닌 걸 알아서 그랬다. 즉 6천 명에는 '재양성자'가 포함되어있다는 걸 뜻했고, 재양성자의 증가는 감염검사 상 양성이지만 감염력이 높지 않아 격리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많아졌다는 걸 뜻했다[1]. 체감 상 6천 명 중에 반의 반은 감염력이 없어보였다.

 병원에서는 확진자의 감염력을 PCR 검사의 CT 값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양성 환자의 CT 값이 낮을 수록 감염력이 셌다[2]. 그런데 하루 6천 여명의 확진자가 나타난 시기의 양성 환자중 CT 값이 애매하게 낮은 경우들이 꽤 있었고, 상당 수의 해당 환자들은 이전 코로나를 앓았던 경험이 있었다. 즉, 코로나 검사 상 '양성' 환자로 분류되나 '감염력'은 약한 '재양성자'들이 발생했다. 물론 재양성자라도 임상 증상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CT 값이 감소하는 추세인지, 증가하는 추세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TFT 카톡방에 문의하여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일반 병실 혹은 코로나 병상으로의 입원이 결정되었다.


'이 환자는 과거 감염력이 있어 재양성자에 해당되는 환자입니다. 다만 진행한 영상 검사에서 폐렴 소견이 있고 CT 값을 고려헀을 때 전염력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격리 이후 추가 검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환자는 현재 입원하는 게 호흡기 증상때문이 아닌 골절 때문이기 때문에 CT 값이 다소 애매하긴 하지만 격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1인실 입실을 추천드립니다.'


 검사 결과가 양성이긴 하지만 격리하지 않아도되는 환자들이 하나 둘 심심찮게 보이면서 대중 속에 자연면역이 생기기 시작한 걸 느꼈다. 임상 상 CT 값이 높은 경우는 감염 극초반이거나 이미 지나간 경우였고, 우리 병원은 입원하기 전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PCR 검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감염력이 없는 재양성자의 경우가 꽤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환자들에 대해서는 '양성'이지만 격리를 하지 않았고, 격리가 필요없는 확진자가 늘으니 응급실 폐쇄도 줄었다. 매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메인에 뜨는 몇 천명이나 되는 감염자 수 보다 그 중 진짜로 감염을 시킬 수 있는 '감염능력자'가 더 중요한 정보였을텐데, 이것은 확인할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느리지만 점점 응급의료센터의 기능이 돌아왔다. 1여년간 코로나와 함께한 덕분에 경험이 쌓일대로 쌓인터라 웬만한 과부화도 당황하지않고 스무스(smooth)하게 넘길 수 있었다. 환자 수는 많지만 이대로 피크(peak)를 찍고 줄어들기만 한다면 드디어 코로나 종식을 볼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보았으나 2022년 01월 프랑스 발 또다른 변이가 생겼다는 뉴스에 다시 한번 뒤통수를 맞았다. 오미크론 만큼 퍼지지 않아 우세종이 되기 전에 사그러 들었지만, 변이가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피로도가 배로 늘어나며 사기가 꺾였다. 이제는 몇번 째인지 모를 대유행이었다.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확진자 수가 파도처럼 너울너울대는 게 반복되자 퇴사 예정이었던 의료진들 중 일부가 조금 더 빠르게 그만두기 시작했다. 병원 생태 상 퇴사자는 다음해 2월 말까지 근무하는 게 암묵적인 룰이다. 하지만 어차피 나갈 것, 빨리 나가서 월급을 안받되 끝없는 전쟁터에서 벗어나 쉬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이 퍼졌나갔다. 병원에 남아있는 사람들도 나갈 사람을 마냥 붙잡고 있을 수 없어서, 새로운 사람이 올때까지 빈 공백을 어떻게 잇몸으로라도 버티자고 체념했다. 남은 사람이나 나갈 사람이나 서로에게 속상해 할 에너지마저 부족한 날들이었다.


P.S.

재양성과 재감염에 대한 개념과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초반은 매 케이스에 대해 격리 여부를 위해 토론이 벌어졌다. 사실 상 감염내과 전문의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들의 업무과중이 심했지만, 이런 시스템을 통해 근무했던 병원은 규모에 비해 원내 감염을 잘 막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하지만 정규 업무 외에도 24시간 울리는 TFT 카톡방에 상주하며 의견을 제시해야하는 일을 2년 여간 무보수로 한다는 것은 참의사의 마음가짐이어도 굉장히 힘들다. 그리고 대학 병원이야 감염 전문의들이 몸을 갈아넣는 방법이지만 24시간 응대가 가능하지만 작은 규모의 병원의 경우, 이런 조언자를 역할을 할 수 있는 의료진이 없기 때문에 예외사항에 대한 지침이 없는 기본 가이드라인대로 하게 진료를 하면 굉장히 소극적일 수 밖에 없고, 이는 국민들의 불편으로 돌아오게 된다. 추후 가능하다면 따로 예산을 들이더라도 의료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감염 및 호흡기 분과 전문 의료 지원부서가 있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을 조율하는 기관으로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있다. 이 곳에서는 중환자 이송 및 병상 배정, 의료자문 등이 이뤄지며 자문 의사(응급의학과)가 번갈아가면서 24시간 상주한다. 이 기관에 필요 시 감염 분과를 추가로 개설하여 의료진에 한해 의료자문 및 감염환자 이송 및 병상 배정 등을 함께 관장하도록 한다면, 기존 연락망을 사용하면서 감염 관련 의료 지원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후반으로 가면서 이 기관에서 코로나 확진자의 병상 배정에 대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중앙대책본부의 기능과 일부분 곂치는 부분이 있어 효율이 낮다. 안그래도 부족한 인력 자원의 확실한 역할 분배를 통하여 효율적인 감염의료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으면 한다.


주석:

[1] 2022년 2월 대유행 이후, 확진자 수가 줄었다가 6월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하면서 재감염에 대한 기준이 정해졌다. '코로나 확진 이후 90일 이후 혹은 45일 이후 증상이 있으면서 검사시 양성 소견'을 보일때 재감염자이며 감염력이 있다고 판단하였고 확진 이후 90일 이전이거나 증상이 있지만 45일 이전일 경우에는 코로나 검사 시 양성이라고 하여도 감염력이 없다 판단하여 의미없는 '양성'으로 분류되었다. 이는 임상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진 표준 기준으로 개개인의 감염력 여부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지만, 재양성자의 기준이 제공됨으로서 응급실 운영에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되었다. 참고로 2022년 08년 재감염자는 6-8%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2] CT 값이란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력을 가질만큼 증폭하는데 걸리는 싸이클 수를 뜻한다. CT값이 낮으면 빠르게 증폭한다는 것이고 CT 값이 높으면 일정 수의 바이러스를 만들기 까지 오래 걸린다는 뜻이어서 높을수록 감염력이 낮고 낮을수록 감염력이 높다. 응급의료센터 근무 당시 감염력이 있는 양성환자의 CT값의 중앙값이 25-35 cycle 정도였다. 보통 우리가 아는 코로나 검사 결과는 '양성' 혹은 '음성'으로 표기되는데 이 결과값은 CT 값의 절단값(cut off value, 통계학적으로 연속 변수를 나누는 어떤 기준값) 이상 이하로 나눈 값으로, 양성이라고 하여도 감염력이 약할 수 있었다. 특히 한번 감염된 사람들 중 상당 수가 다시 검사하면 아직 몸속에 남아있는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양성'으로 결과가 표시되지만 CT값이 높아 감염력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 사진 출처 : Photo by National Cancer Institute on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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