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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응급 Sep 11. 2022

S1. 코로나일지

#20. 숨바꼭질

 #. 2022년 04월


 2차 병원 응급실에서의 일이 거의 다 손에 익었다. 가지고 있던 대학물도 빠지며 환타(환자를 탄다, 환자가 많이 온다)였던 것도 수그러들었고, 이 병원이 지역 응급의료체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 지 파악했다. 그렇게 3월이 지나 4월을 맞이했고, 폭발적이었던 감염자의 수가 하루에 10-2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확실히 일하면서 마주하는 확진자의 수도 많이 줄어들었지만, 체감 확진 의심자는 늘었다.


 “열나면 꼭 코로나 검사해야해요? 그냥 주사만 놔주세요.”


코로나 검사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엄마 친구도 자가키드 양성이라서 조용히 집에서 격리했대.”

“보건소 검사 안하고?”
“응, 그랬다더라.”
“엄마는 열나면 꼭 검사하고 신고해.”


 우리 부모님도 검사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해봤자 격리하는 게 다였고 치료제가 있다는데 구비된 병원이 많지 않았으며, 있다해도 기준이 되어야 준다고 했단다. 내가 일하는 병원에도 치료제가 들어오지 않았는데 들어보니 고위험자나 중증환자에게 한정하여 사용 한다고 했다. 즉, 2차 병원이나 동네병원에서 처방할 일이 거의 없었다. 이러다보니 슬슬 사람들이 조용히 숨을 죽이고 시간을 보냈다. 숨은 감염자들은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서 두드러졌는데 학생들이야 검사를 하고 쉬는 걸 은근 원하는 게 티가 났지만, 직장인들부터는 아픔은 차치하고서라도 무급 휴가, 강제적 연차 사용, 사회 활동 배제, 따가운 눈초리, 돌아와서 해야하는 업무 폭탄 등 따라오는 부정적인 점이 도드라지니 조용히 앓고 지나가고 싶은 게 티가 났다. 이해는 되지만, 관리차원에서 지양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부모님께 일단 검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결국 얼마 안있어 아빠가 코로나에 확진되었고 2주 자가격리가 이뤄졌다 [1] 카톡과 통화로 아빠한테 검사 잘했다고, 그래도 백신 다 맞았고 기저질환도 없으니까 별탈없이 넘어갈거라고 기운 북돋아주었지만,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중장년층 환자들이 심하게 앓고 지나간 걸 알고 있어 염려스려웠다. 다행히 2주는 금방 지나갔고 무사히 회복되셨다.


 경환의 경우, 별다른 치료가 없고 제한만 많은 코로나 확진을 꺼리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의외로 집에서 자가 격리를 할 줄알았던 환자들이 밖을 나와 응급실을 방문하면서 경한 감염 환자의 문턱이 다시 낮아졌다.


"주사만 맞을게요."
"약도 필요하세요?"
"무슨 약이에요? 치료제는 아니죠?"
"그냥 증상 치료제요. 저희 응급실에 치료제는 없고, 타이레놀 계열 드릴 수 있어요."
"그건 있어요."
"그럼 안드릴게요."

"주사 혹시 오래걸리나요?"
"아니요, 근육 주사라 준비하고 맞고 가시는데 10분도 안걸릴거에요."


 검사를 안하고 주사만 맞는 건 전산 처리까지 30분도 안걸리니 주사만 맞으러 오는 열나고 으슬한 환자들 수가 늘어났다. 저 중엔 분명히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지만 환자가 거부하면 강제로 얼굴을 붙잡고 코를 찌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거기다 외상과 같은 질병 외 진료를 위해 응급실에 온 환자들이 열이나 기침 등 가벼운 증상을 숨기는 경우도 있었다.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응급실 진료가 지연되는 게 비합리적이고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내가 환자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기 때문에 증상을 속이는 사람들 역시 마냥 나쁘다고할 수 없었다. 점점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섞이고 있었고, 일이 이렇게 되자 내 옆에 있는 저 비격리구역 침대의 환자가 과연 진짜 확진자가 아닌 지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전보다 손닦기와 마스크 착용, 보호구 착용에 더 만신을 기울였다. 그래도 물 마시고 코 긁을 땐 마스크를 잠깐 내리니까 하루에 10시간 이상 응급실에서 환자를 마주치면서 코로나 안걸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게 지나치게 긍정적인 생각이지 싶었다. 그냥 내 몸안에 나도모르게 항체가 생겨서 안걸리거나, 걸려도 둔해서 못알아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고치기로 했다.


P.S

 2022년 6-7월을 기점으로 다시번진 오미크론의 변이형인 BA.5 감염자의 중 하나가 '젊은 세대'였다. 그 동안 요리조리 잘 피해다녔던 젊은이들이 결국엔 대거 감염되었는데 그동안의 숨겨져 있던 감염 사례들을 고려한다면 더 많은 확진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이 나이 대의 환자들은 고령이나 기저질환자들 보다는 잘 버틴다는 점이었기 때문에 빠른 진료와 퇴원이 가능했다. 실제로 '해열 주사'만 맞으러 오는 환자들이 꽤 많았다. 기존 응급실의 경우, 경환자에 대한 패스트 트랙(Fast tract)다 꽤 많은 병원에 존재한다. 진료 및 퇴원을 한 큐에 끝내는 방법으로 응급실 과밀화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이다. 코로나 때에는 COVID-19 검사에 대한 패스트 트랙은 많이 운영되었지만, 감염 의심자 치료에 대한 패스트 트랙은 거의 없었다. 간이 격리실을 거쳐서 진료받고 바로 퇴원하는 감염 의심자 패스트 트랙이 생긴다면 격리실 부족에 대한 응급실 과밀화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석:

[1] 여기서 의문. 확진자는 1급 감염병이기 때문에 치료 비용 부담 주체가 국가로 알고 있었는데 검사 후 만원 가량의 약을 처방 받았단다. 내가 일하는 응급실에서는 수납도 하지 않던데 도대체 어떤 비용인지, 이 병원비는 나중에 환급받는 것인지 궁금했다. 처방받은 약은 보니까 우루사 고덱스랑(간장약제) 비타민 영양제 이런거더라. 병원에서 어떻게 처방했고 약국에서 무엇을 지었는지 명확하게 모르겠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처방이었다.


[ 사진 출처 : Photo by Markus Winkler on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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