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법인과 기업들
*본 내용은 휴대전화 화면에서 가독성이 좋습니다
일단 독일로 이사 가기로 마음을 먹고 났지만, 정보가 하나도 없어서 막막했습니다. 회사의 해외파견이 아닌 이상, 살아갈 도시부터 비자, 구직 환경, 생활환경 등의 정보를 얻기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접하는 정보들은 확실한 최신 정보라기엔 이렇다, 저렇다 하는 정도의 개인 경험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민을 고려하는 상태에서 섣불리 믿고 싶은 정보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긁어모은 한 줌의 자료들을 분류해 보니 해외에서 먹고살기 위한 방법으로는 크게 1. 현지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하기, 2. 한국 회사에 취직 후 해외 파견 가기, 3. 현지에서 직접 취업, 이렇게 구분할 수 있을 듯했습니다.
저는 3번에 해당했고, '해외 취업', '유럽 이민' 등의 키워드로 인터넷을 들락날락하다가 우연히 '이민 세미나'에 대해 알게 되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딱 제 오프에 맞춰서 세미나가 열렸고, 다른 곳들보다 참석비용이 저렴한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단 앉아서 듣는 강연이고 식사도 제공한다길래, 편한 마음으로 밥이나 먹고 오기로 하고 삼성역으로 향했습니다.
(AI 이미지지만 진짜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무슨 그랜드홀 같은 곳이 세미나 장소일 때부터 저 같은 취업준비생따리를 위한 세미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봤어야 했는데...
저는 실제 한 곳만 방문했지만, 세미나 홍보 내용이 대동소이했던 걸 보아 대부분의 '이민 세미나'는 고객의 선호하는 나라 위주로 구성될 겁니다. 즉, 미국,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등의 ‘미주권 세션’과 그 외 ‘나머지 기타 우르르 세션’으로 나눠지며, 비중 또한 미주권이 월등히 높습니다. 저와 몇을 제외하고 대부분 미주권으로의 이민을 위해 세미나에 참석하신 것 같았고, 미주권으로의 자녀 유학이나 은퇴 후 투자이민에 그들의 주관심사였습니다. 어느 정도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세미나에서 운동복과 비슷한 추레한 옷차림의 저는 매우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만, 눈앞에 스테이크가 놓여있었고, 혹시 '그 나머지 세션'인 2부에서 독일 이민에 대해 뭐라도 건질까 싶어, 고기를 썰기 시작했습니다.
두어 시간 정도 미주권 이민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저와 관계없기 때문에 굳이 설명드리진 않겠습니다) 드디어 유럽 이민에 대한 세션이 시작했습니다.
유럽 이민에 대한 큰 장점은 유럽의 영주권을 획득하게 되면, EU 협정이 맺어진 국가 간 통행이 자유로운 점입니다. 즉, 포르투갈의 해변에서 살다가 의료, 사업, 교육 등의 서비스가 필요하면 입맛에 맞추어 헝가리, 프랑스 등으로 쉽게 옮길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굳이 영어권에서의 삶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비교적 생활물가가 저렴한 유로국가로의 은퇴이민, 사업이민, 투자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적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유럽은 만성적인 인구부족 및 노령화에 시달리기에 (돈 있는) 이민자를 받기 위한 이민 정책에 적극적이고, 포르투갈, 그리스, 헝가리 등의 나라에서 소위 골든비자라고 하여 세계 각국 부유층의 유입을 장려하였습니다. 적게는 2억 원 정도로 EU 영주권을 얻을 수 있는 건 굉장히 매력적이니까요.
문제는 부유층의 무분별한 자본 투입이 특히 부동산 인플레(대부분의 투자이민은 부동산 투자입니다)를 일으켰고, 이민자 문제까지 더해져 제가 세미나를 들었던 2022년 초에 이미 그리스, 터키 등은 골든비자 신청을 받지 않았고, 포르투갈도 곧 없어질 거라는 기사가 나고 있던 추세였습니다.
유럽이민 세션을 들으면서 '2 억정도면 끌어모아서 포르투갈 투자이민 마지막 열차를 타볼까' 잠시고민했지만, 보지도 않은 곳의 알지도 못하는 시공사의 부동산 투자에 제 전 재산을 걸 용기가 없고, 또 투자이민이라는 방법은 나중에 좀 더 나이가 들어서 은퇴이민을 고민할 시기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서 결국 고기랑 후식만 야무지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민 세미나는, 결국 단순히 이민을 도와주는 회사의 서비스 소개라기보다, 투자(이민) 유치를 위한 세미나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투자이민을 고민한다 한들, 결국엔 개인 상담을 통해야 직접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AI 이미지입니다)
세미나에 크게 실망한 이후, 알음알음 혼자 준비하면서 무려 '이민 박람회'가 코엑스에서 열린다는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바로 관련 사이트를 클릭해 보니 대형 이민 법인들의 유럽 이민섹션 참여, 독일 관련 공관들 참여, 관련 기업들 참여한다더군요. 1년 여 정도를 기웃거려 봤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보다 큰 이민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없을 것 같아 사전신청을 하고, 또다시 코엑스로 향했습니다.
나름 팸플릿도 두껍고, 입장 팔찌도 주는 등 체계적이었으며, 팸플릿에 3-4군데 정도 관련 부스가 있음을 확인한 뒤, 드디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굉장히 기대했습니다만, 여기도 그다지 소득은 없었습니다.
팸플릿과 다르게 3군데의 대형 이민 법인 중 1곳만 유럽이민에 대한 상담을 진행되더군요. 팸플릿엔 분명히 유럽이민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막상 가서 물어보면 취급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나마 유럽 이민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던 곳도 담당자분이 1명뿐이라, 박람회에 온 모든 유럽 이민 희망자들이 한 곳으로 몰리는 바람에 최소 2-3시간 이상 대기해야 했습니다. 관련 공관들은 포스터만 걸어두고 사람은 물론 책상이나 연락처조차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일 이민 관련 기업이라고 되어있던 곳은 독일의 '아시안 푸드' 회사였는데, 근무자 리크루팅을 위한 부스였습니다. 결국 관련 부스 3-4곳 중 담당자와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2곳 빼고는 수십 개의 부스가 미주권으로의 이민이나, 동남아 국제학교 입학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이곳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지 못하고, 코엑스 앞 추로스 맛집에서 추로스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나마 식품회사 담당자와 이야기를 했을 때 '저희 회사에서 일하면 경우에 따라 취업비자를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가 뜻밖의 수확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유럽 이민자체가 이민 회사 입장에서는 수요도 적고, 사업성이 큰 것도 아니라 굳이 박람회에서 취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 박람회까지 실패한 뒤, 굳이 이런 곳에 발품팔 필요가 없겠다 싶어, 직접 대형 이민 법인 1곳, 개인 사업체 1곳과 전화로 '유럽 기술 이민'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대형 이민 법인의 경우 기술이민에 필요한 서류 및 정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나, 결국 서류는 제가 떼야하는 것이고, 이민 가이드라인과 초기정착을 위한 주거지, 필요하면 인터넷, 휴대폰 개설을 도와주는데 수수료가 몇 백만 원이길래 깔끔히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서류 작업은 알아서 하기로 하고, 집을 구하는 것만 개인 사업체와 계약해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매우 커다란 실수였죠).
정리하자면,
1. 이민 세미나, 박람회 등의 참석만으로는 큰 정보를 얻을 수 없다.
2. 이민이라는 인생의 대소사를 남의 도움으로 쉽게 가려고 하지 말자.
정도입니다. 이민 회사, 법인 등은 정보력과 노하우가 생명인 회사입니다. 절대 알짜배기 정보는 무료로 꺼내두지 않습니다. 혹시 특정 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차라리 유료 상담을 진행하는 게 비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이득일 겁니다.
그리고 특히! 독일은 연방 국가라 지역에 따라 필요 서류, 서류 접수 방법 등이 매우 상이합니다. 뭐든 지들 맘대로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러한 정보를 이민 법인, 유학원 등을 통하면 알 잘 딱 깔 센 친절히 한국말로 번역된 자료를 얻을 수 있지만, 결국 조건에 부합하는 '어떤 서류'를 '어떻게' 발급하냐에 대한 과정은 철저히 본인이 책임지고 진행해야 합니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대리인이 알아서 촥촥 해줄 수는 없습니다. 물론 혼자 준비하는 게 쉽지 않지만, 관련 국내외 관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다 적혀있습니다. 모르는 경우, 해당 관청의 담당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가장 정확하고 확실합니다.
박람회나 세미나는 제겐 소득이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독일로 이민 가는 게 이렇게 힘들일이야?’라는 오기가 생기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다음 주제는 '위치 정하기'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특정 회사 언급을 피하기 위해 AI 사진을 보조자료로 사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