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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를 정해보자

큰데 또 안큰 나라, 독일.

by 포테토칩

*본 내용은 휴대전화 화면에서 가독성이 좋습니다.

*본 내용은 이전에 작성되었으나 브런치 북이 아닌 개별글로 발행되어 다시 업로드 하였습니다.

*시기상 1월 22일 개재, '03 이민박람회' 다음편 입니다.


지난 화에서 언급했다시피, 비자 - 구직 - 의사 면허 변경 같은 서류 작업은 직접 해결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거처는 독일어가 안 되는 상황에서 직접 구하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직방’ 같은 웹사이트는 매물은 많지만 집주인과 직접거래인 경우가 많아 독일에 있지 않으면 힘들 것 같아, 결국 몇 개의 이민 법인과, 개인 회사에 연락해서 부동산 임대에 대해 문의하였고, 최종적으로 한 회사를 통하여 집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대형 이민 법인의 경우, 비싸고 사무적인 상담에다가 직접 임차인이 독일에 없으면 임대가 안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기 때문에, '독일에서 구할 거면 직접 구하지, 대리인을 쓸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 '한 번도 집을 못 구한 적이 없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 회사를 선택했죠. 이때가 출국 7-8개월 정도 전이었고, 첫 전화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네 ~ , XX입니다. 독일 어디로 갈 생각이세요?"

"일단 브레멘 생각하고 있어요."

"브레멘?!"

"네."

"아니, 브레멘은 왜? 한국인도 별로 없는데. 프랑크프루트로 가요. 여긴 구할 수 있어요"


일단 첫 번째 상담은 대강의 개인 정보와 계약 조건, 계약 절차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출국 3개월 전에 다시 연락하기로 했습니다. 독일은 한국처럼 6개월, 1년 전에 집을 구하는 게 아니라 바로 들어가기 직전에 매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단 한국인과 부동산 거래가 많지 않았던 브레멘보다는 대도시 위주로 이사 갈 것을 권유받은 후 전화를 끊었습니다.


저의 처음 도시 선택조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대도시가 아닐 것.

2. 서류 등 공무 처리가 빠른 편인 곳.

3. 대학이 있을 것. 학업 인프라가 잘 만들어진 곳.

4. 생활비가 저렴할 것. 그리고 되도록이면 따뜻한 곳.

5. 고... 고양이 기를 수 있는 곳..!


해외 부동산 관련 회사에서는 작은 도시인 브레멘과 고양이(우리 고양이.. 못 잃어), 그리고 무직자라는 조건으로 방을 구하긴 좀 어려울 수 있으니, 정착 도시에 다시 고민해 보고, 결정되면 출국 3개월 전에 연락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럼 다시 한번 고민해 봅니다.


일단 독일의 정취를 담은 클래식한 독일이 잘 드러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아는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뮌헨, 이 세 곳은 인구 밀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그래봤자 서울만 못하지만) 외국인 공급이 많아서 독일인들도 '독일'의 정서가 희박한 도시로 손꼽힙니다. 저 세 도시를 제외하고 고려한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수리공원, 위키피디아

1. 포츠담

베를린과 1시간 떨어진 작은 도시. 경기도 이천 느낌. 최근 눈물의 여왕 해외 로케지역로 최근 유명세를 치르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아담하고 대도시 부근의 작은 도시라는 것은 맘에 들었지만, 베를린과 너무 가깝다 보니, 학원이나 인프라 대부분 베를린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구글 지도로 본 위성사진이 너무 뭐가 없어서 제외.

라이프치히, 이것도 위키피디아

2. 라이프치히

바흐의 고향. 경주 느낌. 문화역사적으로 유서 깊어 초반에 매우 가고 싶었던 동독 도시로, 맨 처음 가고 싶어 눈여겨봤던 도시입니다. 다만 독일 통일 후 30여 년이 흘렀음에도 동독 지역(특히 서독 사람들은 동독이라고 구분해서 말함), 특히 대도시가 아닌 곳은 나치즘을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이민자들(정확히 말하면 비 게르만인들)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네오나치들이 있어 위험할 수 있다는 조언들이 있어 제외.


슈튜트가르드, 위키피디아 만세

3. 슈투트가르드

일명 부자동네. 광교 일산 느낌. 독일 내 생활 수준도 높은 편이고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으며 근처 프랑스와 가깝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비자 및 서류 등의 작업에 필요한 시청 및 다른 인프라가 대부분 프랑크푸르트에 있는데, 차 없으면 힘들 것 같은 동네입니다. 거주지로는 좋을 것 같은데 초기 정착지로는 맞지 않을 것 같아 제외.


브레멘 광장, 직접찍음

4. 브레멘

함부르크와 가까운 작은 도시. '브레멘 음악'의 그 도시(웃긴 건 당나귀와 음악대의 동물들은 브레멘까지 가지도 않았음). 강원 자치시 느낌. 한국보다 더 북쪽에 있어 추워 보이는 게 걱정이었으나, 나머지 조건이 부합했습니다.

독일은 16개의 연방주로 구성된 나라로, 작센주, 니더작센주 등 '도' 단위로 움직이는데 브레멘, 함부르크, 베를린은 '도시' 자체가 '주'여서 공무 처리가 다른 곳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인근의 함부르크는 너무 크고, 저에겐 면허 인정이 목적 중 하나기 때문에 브레멘이 딱 좋았죠.


아마도 여행 및 힐링의 목적으로 독일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면 당연히 공항과 가깝거나, 따뜻하거나, 대도시 위주의 영어를 써도 무방한 곳에 더 마음이 갔을 겁니다. 프랑크푸르트나 뮌헨, 조금 더 작은 에센 등이 좋았을 게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위의 도시들은 아무래도 생활 비용이 높고, 일 그만두고 독일어 배우러 가는데 외국인이 적게 있는 곳을 가고 싶었습니다. 요즘의 독일은 지역을 막론하고 외국인 유입이 많아 많냐, 더 많냐의 차이라서 (브레멘도 많음) 외국인의 유무는 굳이 고려할 사항이 아니게 되었지만, 적어도 한국인이 적었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점점 브레멘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자, 그럼 마음을 굳힌 브레멘을 구글 위성지도로 어디 하나 번 훑어봅니다.

큰 독일지도로 보면 왼쪽 위 측에 있습니다.

인터넷상으로는 음, 중세 유럽 같은 분위기라 사람들이 좋아한다라는 문구가 많더라고요. 클래식한 분위기도 좋지만, 적당히 시내와 시외 지역이 나눠져 있고, 시청과 학원가 및 번화가가 모여있으며 도시 크기가 양 옆으로 20-30km 반경으로 엔간히 작지도, 크지도 않아 보입니다. 트램도 다 깔려있어 어지간한 곳이면 대중교통만으로도 이동할 수 있겠군요. 구글위성 지도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도 끝에서 끝까지 어림잡아 약 40km쯤 될 겁니다. 강을 중심으로 주거지역이 몰려있지만 꽤 균일하게 발달했습니다. 이 정도면 만족스럽습니다.

점점 더 브레멘이 맘에 들더군요.

그래, 브레멘으로 가보자!


마음을 먹은 뒤, 출국 3개월이 남은 시점, 이제는 집을 구하기 위해 회사에 연락했습니다. 그리고...


'최후의 심판', 오르비에토 대성당, 이탈리아, 1499-1502, 루카 시뇨넬리

출국 3개월 간, 집 구하기의 구렁텅이에 빠져있었습니다. 단언컨대 2024년 최악의 3개월이었습니다.


이 글은 '04, 집을 구해보자'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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