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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구해보자

독일에서 집 구하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by 포테토칩

*이 글을 읽기전, ‘05 위치를 정해보자’를 먼저 읽는게 좋습니다.

*본 내용은 휴대전화 화면에서 가독성이 좋습니다.

*지극히 개인적 경험에 의거하였으므로, 일반화는 옳지 않습니다.


'집 구하기 어려워요'

'지금 전반적으로 월세가 많이 올랐네요.'


독일로 이사 가기로 결정한 뒤, 심심할 때마다 독일 한인 사이트와 블로그를 기웃거리면서 집을 찾아봤는데, 구하기 어렵다는 말만 잔뜩있었습니다. 집이 뭐길래. 일단 독일 집 종류를 알고 가 봅시다. 한국은 아파트와 빌라라면, 독일은 하우스와 보눙입니다.


집으로 걸어가는 중에 만난 하우스들

1. Haus(하우스)

Einfamilienhaus(아인파밀리엔하우즈), Doppelhaus(도펠하우즈-쌍둥이집) 등으로, 마당이 있는 주택을 떠올리면 됩니다.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나오는 고전적인 외국집이죠. 사생활 보호, 윤택한 생활이 가능하지만 가격면에서 예산을 크게 넘습니다. 건물 자체가 기본적으로 크다 보니, 가족단위로 움직일 것 아니면 고려할 대상은 아닙니다. 브레멘은 시내에서 전철을 타고 한 3-4km 정도 벗어나면 주택단지가 쫙 펼쳐지는데 관리가 잘되어 있고, 고급진 게 성공의 맛이 저런 것인가 싶습니다.


브레멘 시내의 보눙. 사실 이 사진의 집들은 한 건물 당 한 세대라서 Haus 라고 불르기도하는데, 다가구주택이면 보눙이라고 생각하면 됨

2.Wohnung(보눙)

다가구주택단지, 빌라와 비슷한 구조입니다. 삼청동 같은데 오래된 3-4층짜리 꼬마 아파트 단지에 잔디 깔린 마당이 같이 있다고 상상하시면 됩니다. 브레멘 시내의 Wohnung은 굉장히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반해,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시내에서 벗어난 주거지역이라 그런지, 건물 간 간격이 여유 있습니다. 작고 오래된 건물이 많아 보수가 꾸준히 이뤄지고 건물 내의 규칙(예 ; Ruhezeit(루헤짜이트라고 주중 밤 10 ~ 오전 6시, 주말에는 시끄러우면 안 돼서 청소, 빨래, 파티등을 금함)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지만 관리가 잘되고 경제적이며 매물이 많습니다.


3. Apartment(아파트멘트), Neubau(너이바우) 등

그 외의 집 종류들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한국처럼 고층으로 짓는데, 한동 띡, 올라가 있습니다. 제가 본 것들 아파트들은 다 복도식이고, 입구부터 자동문으로 관리되는 걸 보니 내부도 꽤 현대적일 것 같습니다만,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신식건축에 엄격한 독일은 건물건설 연도에 따라 Altbauimmobilien(알트바우임모빌리엔, ~1953년), Bestandsimmobilien (베스탄츠임모빌리엔, 1953년 ~ 1990년도), Neubauimmobilien (너이바우임모빌리엔, 199년도 ~ + 새로 입주하는 집)으로 나뉩니다. Neubau는 1990년대 이후 지어지는 신식 건축물들인데, 에너지효율 등급도 높고, 단열, 방음, 환기 등이 잘되어있어 우리나라 신식빌라와 비슷하고 가격이 꽤 나갑니다. 매물도 많지 않습니다.


돈을 벌지 않는 자, 되도록 저렴한 집을 찾아봅니다. 온돌난방도 안되고 엘리베이터 따위 없는 Altbau(알트바우)에 살기 어렵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없으면 몸으로 때우면 됩니다. Wohnung(보눙) 당첨!


집을 구하는 방법은 크게 가서 구하는 방법과 가기 전에 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서 구하는 방법은 우리나라랑 똑같이 공인중개사 돌아다니면서 집 보러 다니면 되지만, 저는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독일에서 유명한 부동산 사이트는 immoscout24라고, 현지인도 많이 사용하는 웹사이트입니다. 부동산을 끼기도 하고, 집주인이 직접 올리기도 하니까 주변 시세 파악에 요원합니다. 그 외 독일 한인 사이트나, 페이스북 내 독일에서 집 구하는 페이지, 'immo-'붙은 사이트들 등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1. 보지도 않은 집을 직거래하는 게 맞는 것인가

2. 조건만 보고 내가 제대로 집을 꼽을 수 있을까

3. 독일어가 안된다.

4. 한국인이 같은 한국인에게 사기 제일 많이 친다


라는 문제점들이 마음에 걸려, 직거래 대신 수수료를 주고 회사를 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대형이민법인은 가격이 맞지 않아 탈락, 상담까지 하고, 추후에 다시 연락하기로 했던 첫 번째 회사는 잠시 영업중단한다고 하여(맘에 들었는데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출국 3개월 전, 3번째 회사에 연락했습니다.


독일은 세입자가 집을 나가기 2-3개월 전 통보하기 때문에, 제가 입주하고 싶은 날을 기준으로 2-3개월 전부터 집을 찾아야 합니다. 한국처럼 6개월 전, 1년 전에 들어갈 집을 미리 계약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애가 타지만, 독일에 가려면 독일법에 따라야겠죠.


'브레멘, 고양이 한 마리, 사람 두 명, 시내중심은 아니어도 되나 너무 멀지 않기, 관리세 포함된 월세 1000유로(이걸 밤미테라고 합니다), 일단 1년'


이것이 조건이었습니다. 집을 구하기엔 조금 어려운 감이 있어 가능한가 먼저 견적을 내봤는데, 회사 측에서 어렵긴 하지만무조건(?) 가능하다 길래 계약금 500유로 입금하였습니다..

까다로운 조건을 차지하고, 독일은 집주인이 세입자 면접을 보는 형태로 집 구하기가 진행됩니다. 일단 집에 세입자가 들어가면 법적으로 세입자가 유리하기 때문에 쫓아내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월세를 안 내거나, 집을 망가트리거나, 주변 이웃에게 해가 될 수 있는 품행을 가졌는지 모두 따져서 최종 세입자와 계약하는 것이지요. 저는 출국 직전까지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 면접을 볼 수 없어 대리인이 면접을 보기로 했지만, 면접을 보기도 전에 서류에서 광탈 중이었습니다. 중간에 독일에 가서 직접 면접을 보고 집을 구하는 방법(실제로 많이 이렇게들 한다고 합니다)도 있었는데 오가는 비행기값 + 체류비 + 부동산 소개비까지 모두 하면, 그냥 한 달 에어비엔비 살면서 직접 구하는 비용이 더 저렴하고, 무엇보다 해외에서 집을 구하려 발품 파는 스트레스를 겪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래저래 걱정하는 저에게 회사에 사 다시 ‘한 번도 집을 못 구한 적이 없다'라고 하길래 일단, 더 좋은 선택권이 없다 판단하여(있었어...) 계약했습니다.


출국 2개월 반 전.

방이 안 구해진다고 연락 왔습니다. 월세를 올려서 구해야 할 것 같다고 하여 1000유로에서 1200유로로 올렸고, 필요시 시내에서 더 먼 곳의 Wohnung도 찾아봐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출국 2개월 전.

고양이가 문제인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말라고, 자기 회사만 믿어라, 믿지 못하면 있을 집도 없다하길래 약간 세했지만 알겠다고 했습니다.


출국 1개월 반 전.

서류준비하느라 바빠죽겠는데 집도 안 구해져서 엄청 불안해하는 와중에 드디어 연락이 왔습니다. 브레멘 전체를 보고 있으나, 안 구해진다고 아마 고양이 때문인 것 같은데 혹시 고양이가 있음을 명시하지 않고 들어갔다가 나중에 몰래 들어가라길래 법적으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 그래서 회사를 통해서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일단 외곽도 알아보고 있고, 출국 3일 전에 계약한 곳도 있으니 믿어달라길래 굉장히 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혀 믿음을 가질 수 없었고 이때부터 다른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출국 1개월 1주일 전.

회사와 연락했을 때 방이 아니라, 잡힌 면접조차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못 구할 것 같으면 말하라고 했습니다. 비행기표도 사고 사표도 냈으니 시간에 맞춰 나가긴 해야 하는데, 에어비엔비나 호텔에 투숙해야 하는데 늦어질수록 비싸지니까요. 연말도 꼈기 때문에 하루하루 올라가는 월세가 상당했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다시 고양이 없으면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자 고양이라 안된다, 일단 브레멘 현지 공인중개사와 신문 광고를 통해 2군데 문의 더 넣어놨으니 주말을 끼고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계약 때 보이던 자신감이 많이 사라져 보이는 게, 답이 없을 것 같아 반쯤 포기한 상태로 에어비엔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출국 1개월 전.

아직 성사된 면접은 없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럼 계약을 파기하기로 했습니다.


허, 참.

진짜 출국 1달 남은 상황에서 직접 집을 구하게 되었지 뭐예요. 상황이 닥치니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어차피 장기로 들어갈 집은 당장 못 구하니, 한 달 정도 묶으면서 발품 팔기로 하고, 에어비엔비를 알아보았습니다. 독일은 장기거주할 경우 Anmeldung(안멜둥)이라는 거주지 등록을 해야 하는데 에어비엔비에서 가능한 곳을 1-2곳 찾았고 필요시 장기로 임대가능하다는 답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에어비엔비 거래가 맞나, 확신이 안서서 최종 계약을 망설이던 중, 빛과 같은 사이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Wunderflat!!


베를린에서 시작된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회사로, 부동산 껴서 진행되며, 주 임대 타깃이 '단기 거주를 원하는 적당히 돈 있는 외국인'입니다. 따라서 월세에 가구완비, 관리비, 전기료, Anmeldung, 우편함 이름표 변경, 인터넷비용까지 다 포함되어 있고, 수수료도 200~300유로 정도로 굉장히 합리적입니다.


스타트업이라지만 10여 년 정도 된 회사이고, 레딧의 평도 좋고, 일단 에어비엔비보다는 안전해 보여서 wunderflat을 통해 2-3개 Wohnung에 연락했고, 무려 1주일 만에 4개월짜리(입주 후 1년으로 연장) 월세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필요한 것은 제 재정증명서와, 비자 정도였고 공식 계약서 작성 후 Wunderflat에 수수료 지불하면 집주인과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연락처를 전달받습니다. 그 뒤로부터는 집주인과 연락하면 됩니다. 다행히 우리 집주인 폴은 전문 임대업자였고, 현재 집 말고도 여러 정보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인이라 그런지 문의사항에 독일답지 않게 빠르게 처리해 주는 서비스를 누리고 있습니다.


제가 에어비엔비나 한인 사이트나 페이스북 등을 통한 것보다 Wunderflat을 통한 계약을 선호한 이유는 정식 계약서 작성을 해준다는 점이었습니다. 독일의 경우 집, 대출, 보증 등 큰돈이 오가는 계약을 할 때 서명이 포함된 서류를 통해야 법적 효력이 있습니다(구두계약, 이메일 같은 것은 효력이 없습니다). 계약서 작성에 대한 책임 역시 wunderflat 이 지겠다는 의미이니, 해외에서 계약할 경우 이보다 신뢰도가 높은 조건을 없는 듯했습니다. 두 달 동안 죽상으로 다녔는데, 집 이 구해지니 스트레스가 한 번에 해결되더군요.


이 와중에 그때 그 회사에서 연락 와서 1700유로 월세에 미끄럼틀(?)이 있는 집은 인터뷰가 성사 됐다고 연락 왔는데, 고양이는 안 되는 조건이라서 고양이 없이 들어갔다가 나중에 들이라고 해서, 감사하지만 이미 집 구했다고 말씀드린 뒤 연락을 끊었습니다. 바이~


결론은,

내 몸 뉘일 집을 구하는데 쉽게 구할 순 없습니다. 발이던 손이던 품을 팔아야 합니다. 한국도 임장이 중요하다고 하고, 내가 살 집을 여러 번 보고 다니는데, 수수료에 그 수고를 팔려고 하지 맙시다. 작게 첨가하자면 큰돈을 옮길 때는 페이팔, 카카오페이 수수료가 쌉디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운 좋게 지금은 좋은 집주인과 좋은 집을 만나, 독일에 머물고 있지만, 저도 누가 독일에 머물 곳을 찾는다고 하면 쉽지 않았고 쉽지않을 거라고 말할 겁니다. 독일에 집을 알아보는 모든 분들께, 저보다 더 큰 행운이 따르길 바랍니다.

우리집, 이것도 보눙입니다!

Ps : 폴은 '고양이? 당연히 됨. 계약서에 써놨잖아, 걱정 마'라고 말함. 너무 다행이었음.

Ps : 모든 게 포함된 가격이라는 거 생각보다 중요함. Warmmiete(밤미테)라고 보통 계약하면 관리료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인터넷, 난방비 같은 건 안포함된 경우도 있음.

Ps : 장기계약자들은 Anmeldung과 우편함 이름 바꾸는 것 확인해야 함. 편지랑 소포랑 못 받을 수 있음.

Ps : Wunderflat 광고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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