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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탕 Jun 08. 2023

조연 채소의 화려한 반란

양파, 주연이어도 충분히 괜찮아. 



한국 요리에서 많이 쓰이는 식자재가 있다면 뭘까? 


여러 채소가 있겠지만 내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양파다.


각종 볶음 반찬부터 찌개, 튀김, 김치와 장아찌....

안 들어가는 곳이 없는 양파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메인 재료를 뒷받침하는 훌륭한 조연 채소다. 게다가 그 효능도 뛰어나다. 성분의 90%가 수분이고,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칼슘, 인, 철분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어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채소니까.


그런 양파다 보니 냉장고 파먹기를 하는 중인 우리 집에도 양파만큼은 가득했다. 


좋아! 오늘은 양파가 주연인 요리를 만들자. 


양파를 메인으로 만들려고 하니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일본식 카레였다.

카레는 나라마다 맛이 다른 음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양파가 주연일 땐 일식 카레가 딱이다. 


우선 양파를 최대한 얇게 썰어준다. 

두꺼워도 상관없지만 양파를 아주 오랫동안 볶아야 하는 요리법이기 때문에 얇게 썰수록 빨리 끝난다.


팬에 버터를 한 덩이 녹이고 양파를 전부 넣는다.

불이 세면 양파가 타버리니 가장 약한 불에서 달달 볶아 양파를 완전히 익혀줘야 한다.

캐러멜색을 띨 때까지 볶아줘야 한다. 지금부터는 인내심 싸움이다.

이런 과정을 캐러멜라이징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백종원의 만능 양파로 많이 알려져 있다.


정말이지 잘 지은 이름이다.

이렇게 볶은 양파는 적당히 달달한 게 만능으로 맛있으니까.


서늘한 날씨라고 생각했는데, 불 앞에 서서 양파만 볶고 있으니 꽤 더워진다.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볶아 준다. 

양파만 다 볶으면 이 요리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니까.


양파가 맛있게 익었다. 


이제 물을 자작하게 부어주고, 양옆을 잘라낸 청양고추를 두 개 정도 넣어준다.

버터를 썼으니 너무 느끼하지 않게 향만 내어줄 역할이다.


팔팔 끓이면 고추가 말랑말랑해진다.

힘을 다 쓴 고추를 건져 버리고, 카레 가루를 넣어 뭉치지 않게 잘 저어준다.

가루가 다 녹고 불을 끄면 완성!


이대로 먹어도 아주 맛있는 카레가 되겠지만, 시간을 들였으니 더 맛있게 먹고 싶어졌다.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소시지 두 개를 꺼낸다.

욕심껏 달걀부침까지 만들어 얹어주면 전문점에서 파는 카레랑 다를 게 없다.



간단히 만들려고 했는데 꽤 본격적으로 됐다.

하루 푹 재웠다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되겠지만, 이 냄새를 맡고도 미룰 만큼 참을성이 좋진 않다. 


흰 쌀밥에 카레를 잔뜩 얹어 한 입. 

매콤한 카레 향이 입맛을 돋우고, 부드러운 버터의 풍미와 달달한 양파가 마무리를 지어주면....


맛있다! 


양파, 주연이어도 충분히 괜찮아.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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