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아는 맛.
산책하러 나갔다가 쌈 채소와 고기를 사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이젠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다. 불 앞에 오래 서 있기가 싫었다.
오늘은 간단하게 먹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대패삼겹살을 굽고, 채소를 씻었다.
이제 밥만 데우면 준비 끝이다.
입맛을 다시며 냉동실을 열었는데... 아뿔싸.
밥이 똑 떨어졌다.
즉석밥은 집에 쟁여두지 않는다.
이럴 때 유용하게 쓰이지만, 일단 집에 있으면 조금만 귀찮아도 즉석밥을 돌려먹게 되곤 하니까.
지금 밥을 짓자니 고기가 다 식을 것 같아 고민하다 소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오늘은 비빔면이다.
물을 올리고 끓는 동안 상추를 뜯어 볼에 넣는다.
냉장고에 있던 당근과 토마토도 꺼내 대충 썰어 넣는다.
소면은 3분이면 익어서 좋다.
다 익은 소면은 얼른 냉수로 헹궈 물기를 빼고, 볼에 넣는다.
원래라면 양념장도 준비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고기는 식어가고 있다.
이럴 땐 대기업의 맛을 빌릴 때다.
요즘엔 온갖 소스를 판매하니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냉장고에 있던 비빔면 소스를 두 바퀴, 참기름 쪼르륵, 깨는 아낌없이 듬뿍 뿌린 다음 버무려 주면 초간단 비빔면 완성이다.
면보다 채소로 가득 찬 그릇을 보니 이걸 비빔면이라고 부르는 게 맞나 싶지만....
고기랑 먹을 때는 오히려 좋다.
잘 익은 고기를 한 점 올려 비빔면을 싸 먹으면 그야말로 보장된 아는 맛이니까.
후루룩.
매콤한 비빔면 한 입, 고소한 삼겹살 한 점.
정신 없이 먹다 보니 과식했다.
역시 아는 맛은 무서워.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