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에 머문 오늘의 나
구름 없는 하늘은 마치 하얀 도화지에 아무것도 그려 넣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며칠째 구름 한 점 없는 저 하늘이 왠지 모르게 나와 같은 무채색으로 보이는 건, 지금 내 마음의 색을 잃어버렸기 때문일까. 늘 함께했던 구름들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하늘은 세상 끝까지 고요하게 펼쳐져 있을 뿐.
자꾸만 올려다봐도 하얀 구름이 사라진 하늘은 그저 텅 빈 듯 조용하기만 하다.
'내가 좋아하는 구름은 어디에 숨은 거지?' 하늘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하늘에게 말을 걸었다.
때로는 아무 말도 않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인가 보다.
곁에 늘 있던 어느 한 존재가 없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건 참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인 것 같다. 때때로 이런 생각이 든다. 미디어가 이렇게 발달하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혼자 지내는 시간을 받아들이 일이 짧게 느껴졌을까. 언제든 연락이 닿는 매체들 때문에 누군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상황이 오히려 나를 더 힘들게 만들 때가 있다.
물론, 앱을 지우거나 차단하는 등 방법은 많지만, 때로는 차라리 아무것도 기록되어 않는 세상이 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잘 지내? 안녕, 어디 아픈데 없어?‘ 너무 뻔한 인사 같지만, 그 인사조차 이제는 어색하다.
오늘이 나에게 그런 날이었다. 하루하루 기록되어 가고 있는 누군가의 공간이 나의 마음 한 구석을 먹먹하게 만든 날.
내 마음은 무채색이다. 맑지도 투명하지도, 밝지도 환하지도 않다. 무슨 색인지 나조차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투명한 줄 알았는데 막상 투명하지도 않고,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선명함도 흐릿함도 없이 그저 멈춰버린 회색의 풍경.
어쩌면 이 색깔 없음이 지금 내가 겪는 가장 솔직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텅 비어 있어야 새로운 색깔을 채울 수 있을 테니까. 다양한 색깔로 채워질 때쯤, 나는 한 사람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Everything is Ok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