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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채색이다

사진 속에 머문 오늘의 나

by Soo 수진

공허한 하늘.

구름 없는 하늘은 마치 하얀 도화지에 아무것도 그려 넣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며칠째 구름 한 점 없는 저 하늘이 왠지 모르게 나와 같은 무채색으로 보이는 건, 지금 내 마음의 색을 잃어버렸기 때문일까. 늘 함께했던 구름들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하늘은 세상 끝까지 고요하게 펼쳐져 있을 뿐.

자꾸만 올려다봐도 하얀 구름이 사라진 하늘은 그저 텅 빈 듯 조용하기만 하다.

'내가 좋아하는 구름은 어디에 숨은 거지?' 하늘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하늘에게 말을 걸었다.

때로는 아무 말도 않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인가 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곁에 늘 있던 어느 한 존재가 없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건 참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인 것 같다. 때때로 이런 생각이 든다. 미디어가 이렇게 발달하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혼자 지내는 시간을 받아들이 일이 짧게 느껴졌을까. 언제든 연락이 닿는 매체들 때문에 누군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상황이 오히려 나를 더 힘들게 만들 때가 있다.

물론, 앱을 지우거나 차단하는 등 방법은 많지만, 때로는 차라리 아무것도 기록되어 않는 세상이 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잘 지내? 안녕, 어디 아픈데 없어?‘ 너무 뻔한 인사 같지만, 그 인사조차 이제는 어색하다.

오늘이 나에게 그런 날이었다. 하루하루 기록되어 가고 있는 누군가의 공간이 나의 마음 한 구석을 먹먹하게 만든 날.


오늘의 커피 5샷 디카페 플랫화이트

무채색의 오늘.

내 마음은 무채색이다. 맑지도 투명하지도, 밝지도 환하지도 않다. 무슨 색인지 나조차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투명한 줄 알았는데 막상 투명하지도 않고,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선명함도 흐릿함도 없이 그저 멈춰버린 회색의 풍경.

어쩌면 이 색깔 없음이 지금 내가 겪는 가장 솔직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텅 비어 있어야 새로운 색깔을 채울 수 있을 테니까. 다양한 색깔로 채워질 때쯤, 나는 한 사람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직진할지, 좌회전 할지 골라야해

Everything is Ok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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