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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가을날, 가을의 색감

by Soo 수진

언젠가부터 캐나다의 자연을 사진에 담는 일이 나의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문득 눈부시게 찬란했던 날들이 떠오르면, 그날의 사진을 꺼내 보는 일이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의 하루는 똑같은 날이 단 하루도 없다.

햇살이 쨍하게 밝아 생기발랄했던 날, 갑작스러운 비에 신발이 다 젖어 눅눅했던 날, 바람이 코끝을 찡하게 만들어 옷깃을 여미게 되던 쌀쌀한 날, 또는 기분 좋게 산들바람이 불어오던 날까지. 모든 날이 다르니까.

나지막한 어느 날의 오후에는, 햇살에 비친 호숫가의 윤슬이 유독 좋았다. 그날은 소리도, 바람의 향기도, 빛도 모두 은은하게 머물러 있었다.


윤슬은 언제봐도 예쁘다


"어떤 마음과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이토록 찬란했던 날들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까?

반짝반짝 빛났던 날들,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르름으로 가득한 하늘, 물가에 빛이 가득 반사되어 눈을 뜰 수 없어 살포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눈을 떴을 때, 내 앞에 펼쳐진 모든 색채가 그 빛을 한껏 품고, 선명한 색으로 세상을 비춘다. 나무들은 이미 살아있는 거대한 팔레트가 되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그 모습을 잔잔한 호수를 통해 스스로 비춰보는 듯했다.

나는 유유히 카누에 몸을 싣고 눈앞의 이 황홀한 자연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 순간, 내 마음도 가을의 깊은 색감에 고스란히 내 안에 가득 물들어 스며들었다.


캐나다의 가을과 카누


이 귀여운 친구는 뭘 찾고 있었을까?

길을 걷다가 우연히 귀여운 다람쥐와 마주쳤다. 작고 귀여운 동물을 만나는 일은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해 준 또 하나의 순간이었다. 그 다람쥐는 한참 동안 나를 바라봤다. 서로가 신기했는지 그렇게 숨을 멈추고 서로를 마주했다.

내가 보는 작고 사랑스러운 너와 네가 바라보는 키가 큰 나.

통통한 볼살과, 두려움 없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 세상의 모든 가을색을 모아 놓은 숲 속을 산책하는 길인가 보다.

세상의 날들 중 가장 가을빛이 가득했던 사진 속에 담아둔 그 어느 날.

사진 속에 머문 우연한 만남은 그날의 하루 중 가장 아름답고 특별했던 순간을 담은 날이었다.


하이! 다람쥐

Everything is bright.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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