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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 머문 나의 토론토

이 도시가 아름다워진 순간들

by Soo 수진
Queen station

토론토의 거리를 걷다 보면, 우연히 머물게 되는 장면들이 있다.

퀸역 지하철의 플랫폼에 도착하니 지하철이 오가는 소음, 사람들이 서두르는 발걸음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매일같이 수많은 인파 속을 헤치며, 그 익숙한 소란함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나는 이 도시의 삶에 동화되어 간다 그런 일상 속에서 문득 멈춰 서서 사진을 찍는 순간이 있다.

다음 열차를 알리는 깜빡이는 붉은빛이 한순간에 지나가고, 소란했던 주변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내가 지나치던 공간을 렌즈에 담기는 순간, 왠지 모르게 낯설게 다가오는 그 감정이 좋다.

그 안에는 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철을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그리고 누군가는 다음 지하철을 기다리며 책을 읽는 모습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 좋다.

도시에선 낯설지 않은 풍경, 그리고 내가 바라본 시선

주말의 도시는 소란하고, 그 소음마저 활기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 차오른다.

사거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웨딩 촬영 커플. 그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거리를 낭만적인 분위기로 바꾸어 놓았다. ‘이 거리가 이렇게 로맨틱할 수 있을까 ‘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행복한 순간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흰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그 옆에서 환하게 웃는 신랑, 그리고 그 순간을 담아내려 분주히 움직이는 카메라. 행인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다, 이내 각자의 길로 흩어진다. 나 역시 그 장면을 스쳐 지나왔지만, 뜻밖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니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고, 그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져 내 마음이 그곳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토론토의 거리는 이렇게 늘 이야기로 가득하다. 지하철의 소음, 화려한 간판들, 그리고 거리 한복판의 함박웃음까지. 보통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어쩌면 이런 뜻밖의 순간들인지 모른다. 토론토 도시가 주는 매력은 예기치 않은 장면과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그들과 함께 갑작스러운 모습을 재미있어하며 행복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100% 캐네디언 소고기래요

그리고 그 풍경의 한가운데, 반가운 쉐이크쉑버거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100% 캐네디언 엥거스 소고기'라고 쓰여 있는 내 앞에 놓인 광고를 보며 ‘그래서 맛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짭짤한 맛이 입안에서 퍼졌다. 늘 같은 햄버거를 고르지만, 언제 먹어도 맛있는 버거와 거기에 달달한 밀크셰이크까지. 완전 찰떡궁합이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그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사는 걸까. 카메라를 통해 마주한 토론토의 풍경은 나에게 익숙함 속에서 느끼는 낯섦, 그리고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오늘도 깨닫게 해 줬다. 붐비는 사람들 사이에서 낯선 포근함을 느끼며,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그날의 토론토 오후는 반짝이는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Everything is lov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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