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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 머문 보통의 날들

사진을 찍는 그 순간, 감정의 온도

by Soo 수진

사진을 들여다보면, 그날의 공기와 감정이 다시 살아난다.

특별하지 않았던 순간인데도, 카메라 셔터가 눌린 자리에는 늘 내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첫 번째 사진은 그렇게 시작됐다.

빛이 부드럽게 번져 있던 오후시간, 나는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다양한 모양의 구름과 초록나무, 일상의 한 장면이었지만, 그 순간의 고요가 나를 붙잡는 듯했다. 내가 바라본 세상은 반짝이는 빛으로 가득했고, 그 빛은 나를 눈부시게 했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사진.

같은 하루 안에서 조금은 다른 온도를 가진 풍경.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푸른 물에 고요히 내려앉은 빛, 바람이 살며시 불어 내 안에 스며든 가을의 향기.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지만, 사진은 '아름다운 그날의 날'로 바꿔 놓았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깊어가는 가을의 바람의 방향을 느끼며 스쳐 지나가는 나무들의 흔들림을 느꼈다.


마지막 사진에는 다정한 사람들이 있다.
어깨를 기울여 웃음을 나누는 그들의 모습은, 나와는 조금 다른 결의 여유를 품고 있었다. 나는 그 곁을 스쳐 지나며, 그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을 사진에 담았다. 멀리서 바라본 그들의 웃음은 환한 빛처럼 서로를 향해있었고, 반짝이는 호숫가의 빛과도 같았다. 그 모습이 따뜻한 온기를 남겼고, 잔잔히 마음에 남는 풍경이었다. 그저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아름답게 느껴졌던 건, 그때의 내 마음의 온도가 따뜻해서이지 않았을까.

세 장의 사진은 결국 같은 이야기를 건네온다. 보통의 날들이야말로 가장 특별했다고,
잔잔한 순간이 내 안에 오래 머물러 그날의 순간은 소란하지 않고 다정하고 포근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셔터를 든다. 흘러가는 오늘을 붙잡아, 훗날 이 기록이 아련한 날들마저 미소로 기억하게 할 테니까.


어쩌면,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소중한 순간을 간직하기보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의 온도를 잊지 않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사진 한 장 속에는 풍경보다 더 선명하게, 내가 머물렀던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에.

Just as I am,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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