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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디자이너의 생일 축하_1

직장과 일상 속에서의 하루

by 이수 E Soo

2월 13일의 겨울, 이 날은 내 생일이다.

어느 해 10월부터, 새로운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고, 그다음 해 2월은 처음 맞이하는 생일이었다. 처음엔 낯설기만 했던 환경이 점차 익숙해지고, 출근길의 풍경도 자연스러워질 무렵, 생일이라는 하루는 언제나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고, 동시에 왠지 모르게 어색하기도 한 날로 기억된다.

나는 원래 아침형 인간이라 일찍 일어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2월의 겨울 아침은 해가 늦게 떠서, 해가 떠오를 때까지의 기다림이 길게 느껴진다. 아직 어둑한 새벽 공기를 느끼며 천천히 커튼을 걷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평소와 다르게, 유난히 붉은 햇살이 거실 안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었다. 순간, 온 세상이 따뜻한 빛으로 물드는 것 같았다.

오렌지빛으로 시작된 태양은 점점 노란빛으로 변하며 부드럽게 빛났다. 나는 그 따스한 빛을 온몸으로 느끼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햇살이 내 눈가와 볼을 부드럽게 스치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따뜻하게 스며드는 느낌이 들 즈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에게 다짐이라도 한 듯 말했다. "오늘도 감사해요. 새로운 하루를 주시고, 살아갈 힘을 주시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주셔서 감사해요. 이 빛처럼 따뜻하고 밝은 사람이 되기를."

잠시 그렇게 창가에 서서 따뜻한 햇살을 온전히 느낀 후,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동쪽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태양은 매일 같은 자리에서 떠오르지만, 그날그날 조금씩 다른 빛을 내뿜는다. 오늘은 유난히도 힘이 넘치는 붉은 태양이었다. 나는 그 기운을 온전히 담아내려는 듯,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 하루도 따뜻하게, 그리고 밝게 살아가자." 그렇게 감사한 마음을 가득 안고, 나는 출근길에 올랐다.


회사에 도착할 즈음, 붉은 해는 어느새 하늘 높이 떠올라 있었고, 온 세상이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따뜻한 햇살 덕분인지,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날인데도, 출근길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이른 아침에 받은 붉은빛의 기운이 남아 내 몸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빛을 마음속 깊이 담은 채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 도착해 계단을 올라 책상으로 다가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공간은 조용했다. 동료들은 아직 출근 전인 듯했다. 그런데 책상 위에서 예상치 못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 나는 어깨에 가방을 멘 채, 얼음이 된 듯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꽃과 함께 카드가 놓여 있었다. 순간 걸음을 멈추고, 의자에 앉기도 전에 나는 한동안 우두커니 서서 꽃을 바라보았다. 회사에서는 매년 생일을 맞이한 직원들에게 꽃과 카드를 선물한다. 그 꽃을 받을 때마다 마음속에 따뜻함이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카드를 읽으니 작은 것 하나에도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동료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용했던 공간이 점차 따뜻한 인사와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Soo! Happy Birthday! Wishing you a wonderful year ahead!"

"Happy Birthday! Don’t work too hard today!"

"Soo! I hope you have an amazing year ahead!"

그들은 마치 되돌이표처럼 처럼 한 명씩 돌아가며 축하인사를 하며 두 팔 벌려 허그를 해준다. 그들은 너무도 스위트하고 행복을 주고, 웃음을 짓게 하며, 기쁨을 안겨준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오너가 들어왔다. 동료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내 자리로 다가와 말했다. "Soo, 네가 매년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생일카드에 보답하고 싶었어. 너처럼 아름답지는 않지만, 우리의 마음은 같아!"

그녀가 건넨 생일카드를 손에 들고 천천히 바라보았다.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며 벅차오르는 감정이 밀려왔다.
그들은 내 정성을 기억하고, 또다시 나를 위해 같은 마음을 담아준 것이었다. 나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다시 카드를 바라보았다. 카드 속 한 글자, 한 글자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녀 또한 내가 주는 카드에 감사함을 느끼고, 행복을 받고, 나의 친절함을 느낄 수 있다는 말에 나 또한 기뻤다.

나의 캘리그래피가 그들에겐 사랑이고 감동이었구나!


왼쪽부터, 회사에서 준 내 생일 카드와 중간과 오른쪽은 내 취미인 캘리그라피로 동료들에게 쓴 생일축하 카드


나는 누군가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또는 집에 초대받았을 때면, 언제나 캘리그래피 카드를 직접 써서 선물한다. 특별한 날에는 그 카드를 액자에 담아 선물하기도 했다. 그것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내가 그 카드를 받게 될 사람을 생각하며 정성을 들여 준비하는 나만의 선물이었다. 내 글씨체는 'Copperplate'라는 서체이고, 그 서체를 잘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쁨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내 실력이 프로 수준은 아니지만, 캘리그래피를 잘 쓰고 싶어 노력했던 시간들이 있다. 행복해서 쓴 캘리그래피였는데, 이제 그 글씨가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내가 쓴 글씨 한 자 한 자가 그들에게 특별한 날에 작은 선물이 되고, 그들이 그 선물을 받으며 감동을 느낄 때마다 내 마음도 따뜻해진다. 이런 작은 선물이 누군가에게 큰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어, 그 자체로 소중한 경험이다. 그 정성과 시간을 들인 만큼, 카드를 받는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를 때면, 나는 그저 행복하다. 그 미소 속에서 나의 작은 마음이 전달되고, 그들이 내 마음처럼 정성 들인 카드를 받고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씨를 쓴다.


며칠 전, 13일 내 생일을 앞두고 기상예보에 따르면, 스노스톰으로 눈이 많이 올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다. 뉴스에서 하루종일 눈소식에 대한 업데이트 소식을 알려줬다. 이번 겨울 중에 제일 눈이 많이 내릴 거라는 예보였다. 스노스톰이 오면 학교와 모든 기관들과 회사도 거의 문을 닫기도 한다. 그만큼 갑자기 한꺼번에 많은 눈이 내리면 위험하고 도로의 제설작업이 빠르게 치우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시간대별로 눈예보를 알려준다. 그 이유로 회사에서도 12일에 전체 공지 이메일을 보내주었다.

Good Morning Team,

As you may have heard, a snowstorm is expected to hit tonight (up to 30CM) and we are closely monitoring the weather conditions to ensure everyone's safety.

Our top priority is your well-being, and we want to make sure that everyone feels safe commuting to and from work. Depending on the severity of the storm, we may need to either delay the start of our workday or worse case scenario close the office tomorrow. We hope that with a late start this will give the city enough time to clear the roads in the morning. If however conditions remain unsafe we may be forced to close the office and it will be considered a snow day (non-working day).

I will send an update by 6:00 AM tomorrow morning to confirm the final decision based on the latest weather reports. Please check your email before heading out in the morning. In the meantime, please take care when heading home this evening and stay safe as the storm rolls in.


12일 아침에 공지 이메일을 보낸 거처럼, 13일 새벽 6시쯤, 스노스톰으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는다고 알려주는 이메일이 왔다. 덕분에 나는 내 생일에 늦잠을 잤고, 창밖으로 내려오는 하얀 눈을 바라보며 아름답고, 평화롭게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여유롭고 고요한 생일을 맞이한 건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특히 13일에 눈이 많이 내려서, 12일도 아니고 14일도 아닌 바로 내 생일에 눈이 내린 덕분에 더욱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생일이 되었다. 이런 특별한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한 기분이었다.

눈이 많이 쌓여있는 도로가 어느 정도 치워진 후,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어서 가까운 동네로 갔다. 사람들의 흔적이 없는 고요한 거리에선 여유가 물씬 느껴졌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조금은 얼어붙었지만, 그 차가움마저 오늘을 설렘을 더해주는 느낌이었다.

커피 향이 가득한 카페에서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하고는, 아무 생각 없이 회사 이메일을 열어보았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클릭한 메일. 그런데 매니저가 전 직원에게 보낸 생일 축하 메일이 있었다. 나는 그 메일을 하나하나 열어 읽으며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HAPPY BIRTHDAY SOO"

Hi Everyone, Please join me in wishing Soo a very Happy Birthday!

Soo, we hope you have an amazing day, a perfect snow day to enjoy! We're grateful to have you on the Dolce team and wish you another year of success and personal growth.

Enjoy your special day!

Warmest Regards,

출근하지 않은 날인데, 이렇게 잊지 않고 생일 축하 메일을 보내다니, 정말 감동적이었다. 쉬는 날에도 하나하나 빠짐없이 메일을 보낸 팀원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내게 고스란히 그 마음이 전해졌다. 그 순간 촉촉해지고 따스함이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아침부터 개인적으로 팀원들의 메시지를 받아 기분이 좋았는데, 이렇게 회사에서도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왼쪽, 12일에 스노스톰으로 인한 출근에 대한 공지 이메일과 중간과 오른쪽은 13일에 회사에서 받은 생일 이메일


이메일을 읽는 동안 식어버린 카푸치노가 오히려 더 맛있게 느껴졌다. 그 시간은 정말 특별하고 따뜻한 순간이었다. 밖으로 나가 보니 햇살이 따스하고 포근하게 나를 감쌌다. 아마도 그때 내 마음이이었나 보다.

스위트하고 달콤한 날이라 그런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오니 자연스럽게 디저트가 생각났다. 미리 주문해 둔 케이크를 픽업하러 디저트 가게에 갔는데,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들이라 그날은 여유가 생겨 몇 군데를 돌아보기도 했다. 달콤한 디저트들, 시그니처 마들렌 한 박스와 조각 케이크, 그리고 인기가 많다는 버터 스콘까지 샀다. 평소에는 이렇게 많은 디저트를 한꺼번에 사지 않는데, 생일이니까! 나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먹고 싶었던 디저트들을 하나씩 담았다. 그리고 추천받은 케이크샵에서 얼그레이 케이크를 픽업했다. 그렇게 13일은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하루였다.


문득 생각날 때마다 가는 장소. Main Street Unionville ON. Canada
좋아하는 카푸치노와 디저트 그리고 생일케익


나의 이 행복은 다음 날, 14일까지도 계속됐다.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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