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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그

마음을 전하는 표현.

by 이수 E Soo

2025년의 첫 출근. 주차장을 나와 보니 눈보라가 치고 있다.

한국과 조금은 다른 바람의 추위. 알싸한 추위가 캐나다에 돌아왔다는 걸 알리는 듯하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람과 함께 내리는 눈에 혹시나 회사에서 오늘 출근하지 말라는 메일이 왔을지 몰라 이메일을 체크했지만, 기대와 달리 그런 이메일은 오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할 때쯤 세차게 내리던 눈은 이미 그쳤고, 도로는 미끄러워 아찔한 순간이 몇 번 있었지만, 무사히 회사에 도착했다.

(캐나다는 눈이 많이 오거나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폭설경보가 뜨면, 2-3시간 정도 일찍 퇴근한다. 눈이 많이 내려 길이 미끄럽고 위험할 수 있어 회사에서 직원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이다.)


한국에서 5주 정도의 긴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는 차 안에서 나는 무엇을 말해야 할지 생각했다.

분명히 오너와 동료들은 내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어디를 갔는지 듣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역시나, 나를 보자마자 그들은 환한 미소와 함께 허그를 한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제일 어색했던 건 모르는 사람과 나누는 스몰토크와 누구나 허그를 한다는 거였다. 나는 그게 무척이나 불편했다.

한국에 살면서 직장동료들과 친구들과 심지어 나의 가족들과 얼마나 허그를 했을까?

그 어색함이 사라진 지 오래된 나는, 그들을 안았을 때 따뜻했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의 수다가 시작됐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한참인데, 내 자리에 두고 간 동료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놓여 있다. 동료들은 회사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가 없는 동안 얼마나 내가 그리웠는지 말하기 시작한다.

나는, 한국에서 사 온 마그넷과 제주도에서 사 온 쿠키, 초콜릿, 그리고 Seoul 이란 단어와 한글이 적혀있는 양말을 선물로 내밀었다. 동료들은 고맙다며 눈이 반짝인다.

이곳의 문화는 이렇듯 다정하다.


회사에 오면, 따뜻해진다.

나를 맞이하는 그들의 태도와 나를 향해 웃는 그들의 웃음은 내가 이곳에서 있음에 감사하게 만든다.

2025년 첫 출근은 나의 마음은 포근하다.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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