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볼리비아_라파즈와 우유니 소금사막

by 소망이 아빠


빛나는 언덕의 도시, 라파즈


페루의 마지막 도시 뿌노에서 출발한 버스는 예정 시간보다 2시간 늦은 밤 10시에 라파즈(La Paz)에 도착했다. 국경을 통과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린 걸 감안하더라도 연착 정도가 너무하다. 덕분에 미리 숙소도 예약하지 않은 상태로 나는 일단 중앙 광장, Plaza Murillo로 걸었다.


페루 출국심사를 하고 나면 곧 볼리비아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페루보다 여러가지로 낙후된 나라인 줄 알았는데 (사실이다.) 물가는 어째 더 비싼 것 같다. 관광 수입이 GDP를 크게 차지하는 곳이라 그런지 숙소 가격도 꽤 세고 흥정도 안 되었다. 걸으며 느낀 라파즈의 첫인상은 유난히 눈에 띄는 반짝이는 언덕이었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있는 언덕께 달동네는 라파즈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다.

여행자들은 보통 페루 여행을 마치고 라파즈로 넘어 온다. 특히 페루 여행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쿠스코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에게 라파즈는 사실 그렇게 매력적인 도시는 아닐 것이다. 나도 그렇게 예상하고 라파즈에서는 딱 2박만 하기로 했었다. 결과적으로 2박이면 도시와 근교를 보기엔 충분한 것 같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라파즈 역시 매력적인 도시였다.

페루에서 며칠을 함께 보냈던 동생 승준이를 만나 라파즈 구경을 시작했다. 이미 이틀 전부터 라파즈에 와있었던 승준이는 라파즈 시내 길을 꿰뚫고 있었고 덕분에 시장, Mercado라던지 아기자기한 골목길들을 돌아다녔다. 두 시간 쯤 지났을까, 도시 구경도 지루해질 무렵 승준이가 근교의 달의 계곡에 대해 이야기 했다. 달의 계곡, Valle de la luna는 사실 칠레의 아타카마에서 더 유명한 곳이다. 뾰족뾰족한 지형이 마치 달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라파즈 근처에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얼른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서 달의 계곡으로 가는 콜렉티보에 탔다.


달의 계곡으로 가는 콜렉티보. 미국의 스쿨버스를 개조한 것 같은 모양이었는데 사실 이건 매우 양호한 편으로 보통의 콜렉티보는 일명 '봉고차'로 승차감이 엉망인 경우가 많다
20180111_121147.jpg?type=w773 흔히 볼 수 있는 잉카 복장의 아주머니. 치마가 화려하다.


3 볼리비안 페소를 내고 10여 킬로를 이동했다. 우리 돈으로 500원 정도니 역시 현지인 물가는 저렴하긴 하다. 라파즈 달의 계곡은 사실 '와' 할만 한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지형이 독특해서 충분히 가볼만 한 곳이었다. (어마어마한 자연을 며칠에 한 번씩 보는 요즘이라 그런 걸 수도 있다.) 한 바퀴 돌고 나와 점심을 먹고 다시 라파즈 시내로 돌아왔다. 그래도 오후 4시 정도였으니 '가까운' 명소의 장점은 어마어마한 것 같다. 어디 갈 때 3~4시간 버스 이동은 기본인 남미라 그게 더 감사하게 느껴졌다.


독특한 지형의 달의 계곡.


라파즈가 특별한 이유 하나!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답게 라파즈에는 언덕마을이 빼곡해서 골목 골목 교통이 매우 복잡하다. 길은 좁고 차들은 제 멋대로 다니고... 못 사는 나라 특유의 매연까지 가득하니 유쾌한 풍경은 아니다. 그런데 어떤 천재의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몇 년 전 도시의 새로운 대중교통으로 케이블 카가 생겼다. 마치 전철처럼 몇 개의 라인이 있고 군데 군데 정차하여 타고 내릴 수 있다. 현지인들의 출퇴근 시간을 엄청나게 단축했음은 물론이고 나 같은 여행자가 빠르게 이동하고, 또 도시의 멋진 경치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변화다.

편리한 대중교통 수단인 케이블 카. 여기가 우리로 치면 지하철 역인 셈이다.
위로는 케이블 카가 아래로는 콜렉티보가 보인다. 신구 서민의 발
중앙 광장, Plaza murillo의 모습. 지금껏 본 중남미의 중앙광장 중 바로 옆에 고층 빌딩이 있고 심지어 한창 공사중인 곳은 라파즈가 처음이었다.


해질녘, 오렌지 라인 종점에 갔다가 다시 Centro로 돌아왔다. 빽빽한 도시 라파즈, 그들의 삶이 비극인지 희극인지 나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멀리서 바라본 모습은 반짝이는 희극이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라파즈의 야경. 언덕마다 반짝이며 빛난다.















우유니 소금사막 ① 인간의 능력으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낮



우유니에서 3박 4일을 머무르는 동안 소금사막에 총 세 번을 갔다. 처음엔 우유니를 보고 칠레 아타카마까지 이동하는 2박 3일 투어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우유니 다음에 아타카마로 갈 계획이기 때문에 특히 더) 혹시나 날씨가 안 좋아서 우유니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 버릴까봐 나는 여러 개의 당일 투어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현지 여행사에는 'Day time', 'Starlight + Sunrise', 'Sunset + Starlight' 식의 4~6시간 짜리 당일투어가 많다.

우유니는 어느 시간대에 가도, 몇 번을 가도 아름답다. 새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을 그대로 반사하는 낮 시간도 좋고 사방이 모두 붉게 물드는 해돋이와 해넘이도 넋을 잃게 만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어둠이 내려 모든 게 보이지 않고 오직 쏟아지는 별만 아득한 밤하늘이 가장 아름다웠다. 그건 인간세계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될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이었다.

우유니에 대해 쓰려니 뭔가 막막하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하물며 나는 더더욱) 아름다움이었기 때문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저 넋을 놓고 한참동안 우유니를 바라보는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다.

사진이 조금이라도 그 아름다움을 반영했으면 좋겠다.












우유니 소금사막 ② 인간의 능력으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해질녘




우유니 소금사막은 어느 때에 가도 아름다운 것 같다. 바닥에 고인 물에 모든 것이 반사되어 마치 미지의 공간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해질녘, 우유니는 더욱 깊은 미지의 공간이 되어 나를 빨아 들였다.

새파랗게 빛나던 사방이 점차 붉게 물들고 위아래 대칭을 이루는 붉은 띠는 마치 오로라를 보는 것 같았다. 숨을 멎게 할 만큼 아름다운 우유니 소금사막의 해질녘, 그 모습이 오래도록 선할 것 같다.


해질녘이 다가오자 파랗기만 하던 하늘에 조금씩 붉은 띠가 생기기 시작한다.
점점 가까워지는 두 개의 태양.
해가 지고도 한참동안 붉은 빛이 남아 있었다. 이 때만 해도 해질녘이 우유니 소금사막의 가장 아름다운 때라고 생각했지만... 절정은 밤하늘의 별과 함께 찾아왔다.








우유니 소금사막 ③ 인간의 능력으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밤하늘의 별





참방참방
별이 쏟아진다


참방참방

눈이 멀어 서성인다

고개를 떨군다


참방참방

별을 밟고 걷는다


걸음을 멈추면

잔잔해지는 물결


펼쳐지는 우주...
별로 둘러싸인 공간,


곧 아득해지고

우주에 떠있는 느낌을 받는다

참방참방

우주를 걷고 있다



keyword
이전 20화<페루 여행루트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