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남부의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이네' 일정을 마치고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El Calafate)로 이동했다. 나라는 다르지만 여기도 파타고니아(Patagonia)다. 남미 남쪽에 위치한 장엄한 자연; 안데스 산맥과 호수, 빙하 지역을 통틀어 파타고니아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를 거쳐서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엘 칼라파테와 엘 찰튼(El Chalten)으로 이동했다.
"쩌억!", "빠각!", "쿠르르꽈앙!" 맹수가 으르렁대는 소리가 한참 나더니 일순간 천지가 진동한다. 호수와 맞닿아 있는 거대한 빙하조각이 분리되어 갈라지면서 나는 요란한 소리다. 그 거대한 몸집이 호수에 처박히면 물보라도 이에 질세라 “꾸궁!” 하며 굉음을 낸다.
오전에는 날이 차갑고 비가 내리더니 오후가 되자 드러난 햇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호수를 둘러싼 산들은 모두 눈에 뒤덮여있고 그 산들 사이 더 높은 곳에서 쏟아져 나온 듯한 빙하는 타이타닉에 나온 그것처럼 거대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저 멀리 빙하가 쏟아져 나온 방향을 보면 자욱한 안개 아래로 무수히 많은 빙하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이어져 있다.
“쿠르릉!”, “쩌억!”, “빡빠각!” 끄적이는 잠깐의 시간에도 빙하는 계속해서 제 존재를 과시한다. 진동하는 천지에 가슴마저 철렁거리니 따듯한 햇살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마지막 코스는 피츠로이, 이 지역과 이름이 같은 한 의류 브랜드가 자사 로고 디자인을 따온 곳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피츠로이는 어느 시간, 어느 각도에서 봐도 멋지다. 깎아지는 산세와 봉우리, 눈 덮인 모습은 날씨가 흐리면 흐린대로 그렇게 아름답다.
그래도 조금 더 멋진 모습을 보고 싶다면 아직 컴컴한 새벽에 등산을 시작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떠오르는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한 봉우리의 얼굴이 붉게 물들기 때문이다.
차가운 새벽 바람에 움츠린 채 빛나는 피츠로이를 바라 보았다. 시린 손을 호호 불다가 문득, 누군가를 볼 때도 이렇게 수고하고 있는가, 더 멋지고 좋은 모습을 보기 위해 손을 호호 불기도 하는가, 생각이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