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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1)_또 다른 모습의 파타고니아

by 소망이 아빠





대자연의 무서움! 엘 칼라파테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


칠레 남부의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이네' 일정을 마치고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El Calafate)로 이동했다. 나라는 다르지만 여기도 파타고니아(Patagonia)다. 남미 남쪽에 위치한 장엄한 자연; 안데스 산맥과 호수, 빙하 지역을 통틀어 파타고니아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를 거쳐서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엘 칼라파테와 엘 찰튼(El Chalten)으로 이동했다.


아르헨티나의 첫 번째 도시, 엘 칼라파테의 첫 저녁은 마트에서 사 온 소고기 스테이크와 야채구이였다
아침 9시, 페리토 모레노 빙하로 가는 버스를 탔다.
언뜻 물 위에 둥둥 떠있는 빙하 조각 정도를 생각했지만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컸다. 전체 크기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도시만 하다고 하니 정말 대자연이라 할 만 하다.
오전까지는 계속 비바람이 불고 흐려서 몹시 추웠다.

"쩌억!", "빠각!", "쿠르르꽈앙!" 맹수가 으르렁대는 소리가 한참 나더니 일순간 천지가 진동한다. 호수와 맞닿아 있는 거대한 빙하조각이 분리되어 갈라지면서 나는 요란한 소리다. 그 거대한 몸집이 호수에 처박히면 물보라도 이에 질세라 “꾸궁!” 하며 굉음을 낸다.


한껏 웅크리고 점심거리를 꺼내 먹는데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아르헨티나 아줌마들이 사과와 강냉이를 주셨다


오전에는 날이 차갑고 비가 내리더니 오후가 되자 드러난 햇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호수를 둘러싼 산들은 모두 눈에 뒤덮여있고 그 산들 사이 더 높은 곳에서 쏟아져 나온 듯한 빙하는 타이타닉에 나온 그것처럼 거대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저 멀리 빙하가 쏟아져 나온 방향을 보면 자욱한 안개 아래로 무수히 많은 빙하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이어져 있다.


“쿠르릉!”, “쩌억!”, “빡빠각!” 끄적이는 잠깐의 시간에도 빙하는 계속해서 제 존재를 과시한다. 진동하는 천지에 가슴마저 철렁거리니 따듯한 햇살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오후가 되어 하늘이 조금씩 개고 햇빛도 났다. 거대한 빙하와 호수, 당연한 듯이 널려있는 만년설을 보며 나는 그 웅장함에 한껏 위축되었다. 너무 크고, 너무 춥고, 너무 막연했다.
입구 쪽으로 나오면 호수 위에 떠있는 빙하 조각을 볼 수 있다. 호숫가에도 얼음 조각들이 물결에 밀려와 있었다. 문질러보다가 한 입 베어 물었다.빙하라서 그런가, 신선하다!













피츠로이(Fitz Roy)의 붉은 얼굴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마지막 코스는 피츠로이, 이 지역과 이름이 같은 한 의류 브랜드가 자사 로고 디자인을 따온 곳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피츠로이는 어느 시간, 어느 각도에서 봐도 멋지다. 깎아지는 산세와 봉우리, 눈 덮인 모습은 날씨가 흐리면 흐린대로 그렇게 아름답다.


그래도 조금 더 멋진 모습을 보고 싶다면 아직 컴컴한 새벽에 등산을 시작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떠오르는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한 봉우리의 얼굴이 붉게 물들기 때문이다.


차가운 새벽 바람에 움츠린 채 빛나는 피츠로이를 바라 보았다. 시린 손을 호호 불다가 문득, 누군가를 볼 때도 이렇게 수고하고 있는가, 더 멋지고 좋은 모습을 보기 위해 손을 호호 불기도 하는가, 생각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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