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댓글을 남기자, 유튜버님께서 연락처를 남겨주셨다. 고민은 깊게 하는 거지 길게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바로 다음날 12시에 학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다음 날 10분 일찍 학원에 도착했다. 그냥 상담받으러 온 것뿐인데 괜히 긴장됐다. 독서모임에 처음 나갔을 때처럼, 신나는 노래로 억지 텐션을 올리고 들어갔다.
들어가니 원장님이자, 나의 mc스승님이 반겨주셨다. 상담을 시작하기 앞서 상담내용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양해를 구하고 상담내용을 녹음까지 했던 기억이 있다. 약 한 시간가량의 상담이 진행되었는데 단순히 mc에 관한 것들이 아닌, 삶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학원 등록을 유도하지도 않았고 수료과정이 굉장히 힘들 수 있으니 바로 결정하지 말고, 충분히 생각한 후에 연락을 달라고 했다.
나 역시 학원비가 적은 금액이 아니었기에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일주일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mc라는 직업에 대하여 여러 정보들을 얻었고 mc에 도전해 보기로 결정했다. 내가 mc를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도전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은 없었다.
다만,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했을 때, 어쩌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이 도전이 성공하든 실패로 끝이나 든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선생님, 이번 기수 자리 남았나요?"
그렇게 집에서 학원까지 왕복 3시간의 거리를 일주일에 한 번씩, 1년 동안 다녔다.
그 시간 동안 선생님한테 많이 혼도 나고 힘든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 시간을 잘 이겨냈기에 MC로서의 기본기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이루어 내기 위해 몰입해 보는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경험은 '나도 무언가 이루어 낼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학원을 수료할 때쯤, 같은 기수의 친구가 물었다.
"OO아 넌 수료하면 MC 시작할 거야? 아니면 그냥 경험으로 생각하고 하던 일 할 거야?"
아카데미를 수료하고도 MC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기에 이상한 질문은 아니었다.
"음 아직 고민 중이야. 아무 경력도 없는 내가 바로 MC로 먹고살기 힘들 것 같기도 하고 아직 대중 앞에서 말하는 건 자신도 없어서 말이야. 일단 지인 결혼식부터 시작해봐야 하나 생각하고 있어"
"그럼 유아체육강사 해보는 거 어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체육수업 하는 건데 아이들이지만 대중 앞에서 말을 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발표회나 운동회 때는 MC로서 무대에 설 수도 있어. 네가 나중에 MC로 활동하는데 도움이 될 거야"
당시에 나에게 저만한 직업이 없었음에도 덜컥 겁이난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고민을 길게 가져가지 않고 도전해 보기로 결정한다. 소심쟁이의 MC아카데미 등록이라는 자신 없는 도전은 '유아체육강사'라는 또 다른 자신 없는 도전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