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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기 Apr 13. 2024

독서모임을 망치고 꿈을 찾다.

-실패는 배움의 기회-


드디어 결전의 '나 홀로 정모의 날', 불행 중 다행으로 참가인원이 나를 포함해서 4명밖에 되지 않았는데 모두 신입 모임원이었다. 2명은 초면이었지만, 한 명은 내가 꼬드겨서 가입한 친구가 있어서 부담이 훨씬 덜 했다. 그래서인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똥개도 제 집 앞에서는 크게 짖는다고, 이 모임의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나고, 2명은 신입 모임원, 거기다 내 친구도 옆에 있으니 걱정 없었다. 친구와 먼저 만나서 모임 장소였던 스터디룸으로 갔다. 도착하자 키 큰 남자분이 서 계셨다.           




“혹시 독서모임이신가요?”

자신감 있는 목소리와 말투로 당당하게 물었다. 그러자 그 남자분은 쭈뼛거리며 대답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약간 낯가림이 있는 분이라는 것을 느끼고, 손을 내밀었다.

그 남자분도 나의 손을 맞잡아 악수했다.     

 



내가 악수를 요청한 이유는 나름 계산되어 있던 행동이었다. 모임이 올바르게 진행되려면 모임장이 사람들을 어느 정도 통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모임이 있기 전에 카리스마 있는 리더들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나 심리 관련 영상을 찾아보았다. 많은 영상에서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먼저 악수를 청하면, 나의 자신감과 당당함을 보여 줄 수 있고 스킨십을 통해, 적당한 아이스브레이킹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기에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지금은 절대 이렇게 모임을 진행하지 않는다. 이렇게 의식적인 행동으로 보여주는 카리스마는 진짜 나의 모습도 아닐뿐더러, 효과도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독자분들도 이제 막 성장의 맛을 본 겁쟁이가 열심히 해보려고 했던 행동이라 생각하고 귀엽게 봐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3명이서 스터디룸에 들어갔고 조금 지나서 마지막 한분도 도착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모임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임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날은 어떤 이유에서 인지 지정도서가 없었고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지고 와서, 30분간 책을 읽고, 30분간 이야기 나누는 것을 2번씩 해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30분간 독서가 끝났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된다. 새로운 신입 모임원 두 명의 말이 너무 많은 것이다. 30분이 지난 지 한참 됐지만 중제 하지 못했다. 물론 독서모임이 클라이언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넘어가는 것은 크게 상관없다. 문제는 이 두 사람이 말싸움을 시작하는 것이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국어강사였던 여자 모임원의 교육관에 대하여 남자 모임원이 반기를 든 것이다. 처음에는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말에는 감정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서로 말을 끊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이전까지는 서로의 의견으로 토론을 한다고 생각하고 개입을 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지켜볼 수는 없어 중제 했다. "각자 생각이 다른 거니까요.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분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러자 함께 좌불안석에 앉아있던 친구가 눈치채고 재빠르게 치고 나와서 이야기했다. "제가 읽고 있는 책은... 어쩌고 저쩌고" 친구가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어서 너무 고마웠지만, 머릿속이 복잡해 있었기 때문에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행히 더 이상 언쟁 없이 모임이 마무리되었다. 평소에는 정모가 끝나면 저녁식사나 간단한 술자리를 가졌는데 급 피로가 몰려와서 뒤풀이의 ''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남자 모임원이 말했다. "뒤풀이 같은 건 안 하나요?" 눈치가 없는 건지 성격이 좋은 건지 이해는 안 갔지만 좋게 돌려 이야기했다. "보통은 뒤풀이 식사를 하는데 오늘은 제가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요"

급하게 인사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가면서 모임을 망쳤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었다. 과거의 나였다면, 다시는 모임 진행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겠지만  나는, 폰을 꺼내 들어 유튜브에 '모임 진행 잘하는 법'을 검색했다.




많은 영상이 화면에 나타났다. 몇 개의 영상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유튜버가 있었다. 자신을 현직 전문 mc라고 소개하는 유튜버였다. 별생각 없이 해당 영상을 클릭하고 청했다. '와.. 이 사람, 말 정말 잘하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그 사람의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 했다. 대부분 행사나 축제를 진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편집 한 영상이었다. 그런데 왜인지 그 모습이 너무 멋지게 느껴졌다. 단 한 번도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고 멋있다는 생각이 든 적 없었는데 이상했다.




그리고 이 생은 나도 저런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 발 더 나아갔다. 점점 관심이 생겨 조금 더 알아보니, 이 사람은 mc아카데미도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다시 과거의 내가 마음 한편에서 스몰스몰 올라왔다. '왜? 너 mc 하려고? 너는 mc는 둘째 치고, 4명 이서하는 독서모임 진행도 못하잖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펙트였다. 하지만 못한다는 것이 내가 도전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지 못했다. '못하니까 포기해야지'가 아니라 '못하니까 배워보자!'라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나는 조심스럽게 댓글을 남긴다.


아카데미 상담을 받아보고 싶은데 어디로 연락드리면 될까요?


나는 이때 깨달았다. 실패를 경험했을 때, 이 경험을 배움의 기회로 만들지, 그냥 실패한 경험으로 만들지는 내 마인드에 달려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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